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대센 만남의 날 연대발언

김한기령

윤석열의 12.3 계엄으로 온 국민이 일상을 잃은 지 118일째입니다. 그리고 여기 두 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을 잃은 채 불에 탄 일터의 옥상에서 448일째 생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음식을 올리고 누군가는 노래를 올리고 누군가는 눈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여기 동지의 곁으로 내려와 함께 먹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추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떻게 12년, 16년이나 몸과 마음을 담아 일해왔던 삶의 터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1931년 평양 대동강변 을밀대 지붕 위로 한 여성이 올라갔습니다. 고무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고단한 하루하루를 이어갔으나 회사는 오히려 임금을 더 깎겠다고 했고, 그는 억울함을 호소할 장소로 12m 높이의 을밀대 지붕 위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게 고무공장 노동자 서른한 살 강주룡 동지가 우리나라 첫 고공 농성자로 역사에 기록된 이후 10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억울하고 답답한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땅에서 스스로를 격리시켜 하늘로 올라가는 것뿐입니다. 너무도 안타깝고 개탄스럽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먹어치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의 성장을 ‘경제’ 그 자체라고 말합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곧 사람을 살리는 일이어야 함에도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아래 사람과 환경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약자를 볼모로 한 힘있는 자들의 자본 권력 카르텔은 전 세계에 걸쳐 촘촘히 얽혀져 있습니다. 요행히 타인보다 더 가지게 된 자들과 기업들은 ‘최소한의 의무’마저도 저버린 염치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옥상에 올라간 지 1년 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정부는 물론 본사 닛토덴코와 닛토덴코로부터 최종 납품을 받는 ‘애플’까지도 이러면 안 됩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라고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즉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 투쟁 현장은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우리에게 묻습니다. 이 현장은 최악의 조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항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분노하다 못해 자괴감에 빠진 저에게 날서게 마음을 벼리게 하고 함께 저항할 힘을 줍니다.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서로 기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현장이 되어 줍니다.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지나간 겨울도 유난히 추웠습니다. 그곳 옥상은 어떠했을지요. 고공에 올라간 이들은 하나같이 추위도 무섭지만, 강풍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요즘 강풍이 불어, 온 나라가 불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그곳 옥상은 어떠한지요.

한걸음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옥상에 살아보니 이렇더라"며 얘기 나누고픈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안타깝게도 며칠 전 30m 철탑 위로 또 한 분이 올라갔습니다. 여기 박정혜, 소현숙 동지에게는 물론 지금 하늘에 몸과 희망을 의탁한 모든 고공 농성자에게 하루빨리 지상으로 내려올 사다리가 놓이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날까지 부디 건강하십시요. 투쟁!

2025.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