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양귀자 <모순>을 읽고_장기영(치자꽃)
 글쓴이 : 인권센터 (25-03-31 10:30 / hit : 62)
 


양귀자 모순을 읽고

 

장기영(치자꽃)

 

간만에 단숨에 재미있게 책을 읽었고, 독후감까지 쓰게 되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화자인 주인공이 자신의 엄마와 이모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화자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였으나 결혼 이후 한 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다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대신 세상의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달라졌다. 화자가 본 이모의 삶은 풍요롭고 아름다워서 화자는 엄마보다 이모를 더 엄마처럼 여기고 싶어 한다. 반면 젊어서부터 남편의 폭력하에 시장에서 양말을 팔며 가계를 부양해야만 하는 뽀글 파마의 엄마를 화자는 창피하게 여긴다.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았을 법한 얘기를 다소 과장되지만 솔직하게 나타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으나 내가 다소 불편했던 것은 한 꺼풀 덮은 내면을 너무나 다 벗겨서 보여줘서일까?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란 말로 작가는 힘껏 독자의 명치를 찔러버린다.

 

엄마는 동생인 화자의 이모에게 3일 차이로 선을 본 남자들에 의해 자신들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하며 동생이 가진 물질적 풍요와 조카들이 누리는 기회를 대놓고 빈정댄다. 남편을 잘 만나? 풍요롭게 사는 이모에 대한 엄마의 심술은 너무 적나라하여 민망하기 조차하다.., 이모는 화자의 엄마가 젊은 시절 남편에게 폭력을 당할 때 SOS를 치면 늘 구원투수로 등장해서 화자와 동생을 거두어준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우나 너무나 규칙적이고 규범적이어서 심심한 남편과 미국 유학 후 돌아오지 않을 자식들을 두고 이모는 세상과의 이별을 선택한다. 자신의 자식을 조카보다 더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고백한 이모는 자신의 마지막을 조카인 주인공에게 가장 먼저 알린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너무 많이 넘쳐서 가출한 아버지는 병이 들어 집을 찾아온다. 엄마는 감방에 있는 아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수발하며 더 많은 에너지를 내며 살아간다.

엄마와 이모의 삶을 보며 화자는 2명의 남자들과 이성적인 데이트를 하다가 사랑해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남자 대신 사랑하지 않아서 자신의 치부를 모두 보여줘도 될 것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

 

이 소설은 1998년에 초판으로 출간되었고 작가가 1955년생이니 작가가 40대 초반에 쓴 글이리라. 40대 초반은 아직은 모든 것에 날이 서 있고 많은 것이 필요할 나이이다. 나를 생각해 보니 40대에는 자신만만하면서도 남을 많이 의식하고 비교함으로써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 글에서 작가의 그런 날 섬을 엄마에게서 보여준다. 매일을 전투적으로 사는 엄마는 낭만을 즐기는 동생을 고까워함으로써. 두 자매의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삶을 버무리면 대개의 우리들의 모습이 나올 것 같다. 나의 삶을 돌아보아도 두 자매의 삶의 양쪽이 모두 있다. 이모의 삶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엄마의 삶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매일을 출근하며 사는 삶은 결코 호락호락한 일상은 아니기에 .

 

모순되게도 우리는 남을 위로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는다. 남을 도우며 삶의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모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은 젊은 시절 자신을 필요로 했던 조카나 자식이 이제는 필요로 하지 않아서일까? 엄마가 그토록 맹렬히 생의 의욕을 가지는 것은 자신이 돌보아야만 하는 병든 남편과 감옥에 있는 아들 때문일까?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자신의 무엇이든 쓰임이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람은 생의 의미나 동기를 알고 힘을 내는 걸까? 정녕 넘치는 사랑은 모자라는 사랑만 못한 것일까?

 

40대를 지나고 50대의 끝자락이 되어보니 모든 일이 행복할 수도 없고 모든 일이 불행한 것만도 아니란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경험한다. 당시에는 나쁜 일이 좋은 일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쁜 일은 피해 가는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자동차로는 지나칠 풍경을 걸어서는 찬찬히 들여다보며 가는 것처럼 인생도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비록 힘들다 해도 너무 절망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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