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과 약속 주간 선포 대구시민 기자회견문>
안전 사회를 향해, 잊지 않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다시 따듯한 봄을 맞이합니다. 봄이 오면 우리는 늘 2014년 4월 16일을 떠올립니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 침몰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그날 이후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더불어 생명 존중의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렵고 힘든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 '왜 진상규명되지 않는지' 질문을 여전히 던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발족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3년 6개월의 활동을 했지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더딘 진상 규명 과정에서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을 어렵게 법정에 세웠지만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못했습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오롯이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등 추진되던 기억•추모사업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서울 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은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만들기 위해 다짐하고 분투해 왔지만 생명 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향한 기대는 10.29 이태원 참사 앞에 무너지고 말았습 니다.
사회적 참사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견할 수 있었으며 예방할 수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안 전을 책임져야할 국가의 부재를 또 한 번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지난 9년, 정부의 조직적 방해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시민들은 연대와 투쟁을 통해 한 걸음씩 걸어왔습니다.
아직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며, 국가의 존재 이유 와 책임을 묻는 과정은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세월호참사와 그 이후 자행된 광범위한 진실 은폐와 피해자•시민에 대한 인 권침해 등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 은 침몰원인, 구조방기, 참사 전후 국가폭력의 온전한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대통 령 기록물, 국정원, 군 등 기타 공개되지 않은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나아가 더 이상 재난참사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가 국가의 잘못으로 침해되지 않도 록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부와 국회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결과에 따른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그 이행을 지켜볼 것입니다.
공개되지 않은 세월호참사의 모든 기록과 정보를 투명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또한 밝혀진 진실과 밝혀야할 진실에 대해 공론화하고 피해자와 시민의 힘을 끝까 지 함께 진실을 향한 길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 참사로 눈물 흘리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통해 모든 사람의 안전과 참사 피해자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받고 재난참사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피해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가 가능하게 명문화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와 마찬가지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도 권리를 침해당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연대하고 모든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9년, 온갖 어려움 속에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이었습니다. 앞으로 9주기를 지나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힘 또한 늘 곁을 내어 주시는 시민들입니다.
세월호참사, 그리고 모든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함께 기억하고 끝나지 않은 진 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로 전환을 위해 연대하고 행동해주셔 서 고맙습니다.
안전사회를 향해 손 맞잡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2023년 4월 10일
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과 약속 주간 선포 대구시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