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장미 회원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여성인권센터의 전 활동가이자, 여성 인권을 향한 센터의 걸음에 늘 마음으로 연대하며 후원회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류장미입니다. 현재는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이주민, 난민 공동체와 함께하며 차별과 배제의 경계에서 사람들의 삶을 지지하는 또 다른 현장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3월, 필리핀공동체를 담당하던 동료가 갑작스럽게 퇴사하면서 제게는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공동체 담당자가 되었지만, 언어는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손짓에 의지하고 번역기를 번갈아 사용하며 소통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답답함과 무력감을 자주 느꼈습니다. 학창시절 엄마가 그렇게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할 때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부족함과 서툼은 생각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발음이 어색해도, 눈을 맞추고 기다려주며 진심을 다해 들으려는 태도는 전해졌습니다. 서로 말이 막히는 순간에도 함께 웃고, 서로를 배려하며, 같은 자리에 머물러 주는 시간이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이해받는 경험’이 반드시 유창한 언어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오히려 그 서툼 덕분에 더 천천히, 더 깊이 사람과 공동체를 바라보게 되었고, 언어 너머의 감정과 삶의 무게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또 다른 언어로 연대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2025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 해 동안 애써주신 모든 시간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서로의 자리에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권센터 활동가들과도 마음을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었던 인연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남은 연말 따뜻한 쉼과 감사로 채우시고, 사랑과 기쁨이 일상 곳곳에 머무는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