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센 북클럽 ‘루바토’ 10월 모임 후기 >

* 일시: 2025년 10월 27일 (월) 18:30~20:30

* 장소: 대구여성인권센터 교육실

* 책: 모드 쥘리앵 『완벽한 아이』

* 참석: 소라, 민뎅, 무왕, 진진

이번 모임에는 민뎅님이 오랜만에 참석하셔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회원 두 분이 모두 참석한 날이 되었어요. 귀한 날~^^　

이번 책의 부제는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15년 동안 폭압적인 아버지의 계획 아래 집 안에 갇힌 채 지내야했던 작가 모드의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모드의 아버지는 모드가 태어나기 전, 한 여자아이를 데려와 대학교육까지 시킨 후에 그 여성과 결혼해 딸 모드를 태어나게 합니다. 시작부터 ‘이게 뭐지?’ 하는 이야기는 한 남성의 원대한 계획이 딸을 위해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겨지면서 기이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발전합니다. 그 남성 아버지가 딸을 훈육하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독재자의 폭압과 다를 바 없고, 고문의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선과 악의 축에서 악으로 한참 기울어진 가부장의 모습. 그럼에도 모드의 영혼이 빛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만들어낸 틈으로 동물들과 교감하고 소설 속의 인물을 만나고, 음악을 통해 위안받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에필로그에 보면 작가는 기나긴 시간 고통 속에서 치유의 과정을 거쳤고, 본인도 심리치료사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40년이 지나서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 시절을 말하는 것이 작가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폭력적인 가부장에 대한 경험을 비롯해 모드의 구원자였던 음악 선생님 같은 귀인이 있는지 떠올리며 반려견에 대한 사랑, 인복이 많은 삶, 예술에서 얻었던 위안 등의 경험담을 나누며 우리 삶의 한 페이지를 열어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 읽기 전에는 마음이 아플까봐 겁이 났는데 실제로 읽으니 생각한 만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고통스러웠을 경험을 담담한 어조로 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큐를 하나 보고 있는 느낌. 너무 담담하게 쓰여진 글이라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면서 윤석열을 비롯한 독재자들이 오버랩되어 분노가 일기도 했다.

# 자기 삶을 어린 나이부터 서술해가는데 뒤로 갈수록 감정이 격해지는 게 느껴졌다. 사춘기가 되어 아버지의 방식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 언제 탈출할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읽었다. 작가는 아버지가 죽고 나서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동안의 긴장과 공포가 풀리면서 마음의 둑이 무너졌을 것 같다. 우리 현실에서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폭압적인 가부장에게 학대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의 홈스쿨링도 괜찮은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 또래 집단이나 다른 사람들을 겪어보지 못해서 받게 되는 고립감이 어린 시절 내내 갇혀 지낸 작가에게는 상당히 컸을 것 같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글로 써 내려간 이 책을 보며 치유하는 글쓰기가 떠올랐다. 말하기와 글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는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는 용기와 시간의 힘이 필요한 것 같다. 집에서 벗어난 이후 자신을 지켜가는 모드의 삶을 보면서 집 밖을 나와 이 생을 버티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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