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가 가능한 세상에 성평등은 없다_

성구매할 권리 아닌, 성매매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하여

무왕

2025년 성매매방지법 제정 21주년을 기념하며 정박은자 강사님을 모시고, 많은 분들과 함께 ‘성매매와 나’(성매매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일상대화, 대중매체, 문화, 언어, 은어, 욕설, 경제와 법·규범 등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성매매와 나 : 우리는 모두 성매매와 연결되어 있다”에서는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성문화에 여성들이 갇혀있는 현실, 우리 생활 속 언어 곳곳에 배어 있는 흔적, 국가가 보호해야 할 여성과 그렇지 않은 대상으로 구분하는 문제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두 번째 “자발적 성구매 : 남자로 인정하고 인정받는 ‘성문화’ 속에서 ‘남자되기’의 성적 실천”에서는 성구매에 대한 인식, 한국 성매매 시장 규모(최대 37조 원), 2024년 성인 페스티벌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한 설명에서 남자로 인정하고 인정받는 남성들 삶 속에서 ‘성구매’는 복합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적극적·자발적 성적 실천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세 번째 “자발적/강제적 성매매 ‘구분’의 허상 : ‘둘 다 똑같이’ 여성의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한다”에서는 자발적/강제적 성매매를 구분하는 것은 성매매를 이해하는데 있어 그 어떤 도움도 되지않으며 오히려 성매매의 본질을 흐리는 성차별적 장치에 불과하고, 둘 다 똑같이 성매매는 그냥 성매매일 뿐,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인권침해라는 부분을 강조하셨습니다.

네 번째 “성매매를 줄여나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실천 : 목적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홀로 걷지 않는다.”에서는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가로막는 것은 성매매알선 시스템뿐만 아니라, 성매매에 대한 온갖 편견과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통념임을 지적하며, 성매매경험당사자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이 혐오와 비난은 여성들이 잠시나마 꿈꾸는 탈성매매의 희망과 용기마저 짓밟는 무차별적 폭력이자 동시에 남성들의 일상적 성구매를 정당화하는 기제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 했든 폭력과 착취를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매매경험당사자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전 지구적 여성들이 성상품으로 거래되고 소비되는 성차별적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한 사람 한사람인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대한 성구매와 성매매에 대한 인식전환과 사회적 실천을 보여줄 때 성매매가 사라지고 성평등한 사회가 더 앞당겨질 것임을 전해주셨습니다.

강사님이 강의가 끝나고 나서 반성매매 현장의 후배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언니들을 ‘있는 그대로’ 잘 만나고 싶다면 먼저 활동가 자신을 잘 돌보고, 성매매경험당사자를 지원하며 우리가 정해 놓은 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장의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고 세심하게 관찰하기,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경청하며 언니들에게 배워 나가는 상호작용의 과정을 가지며 함께 성장하기” 등의 후배 활동가들에 대한 애정어린 메시지를 남겨주셨습니다.

저는 ‘현장활동가’라는 이름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반성매매 활동을 행복하게 하고 있지만, 때로 설명할 수 없는 갈증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 강의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활동이라는 것은 수련이다”라는 강사님의 말씀이었습니다. 현장 활동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 몸과 마음, 지식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나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박은자 선배님이 저희들에게 전해주신 말들처럼 이제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 자신을 좀 더 돌보며 지치지 않고 언니들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도록 항상 깨어있겠습니다. 활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우리끼리의 물에 고이고 빠지지않도록, ‘반성매매 페미니스트 진영 and 여성주의 성노동진영’에서 and는 연결되어져 있다는 부분들을 잊지 않고 깨어있는 연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구여성인권센터의 활동가이자, 선배님, 동지 그리고 우리의 은자샘!

후배로서 은자샘에게 바라는 점은 늘 건강하시고, 항상 저희 곁에서 후배들이 고이지 않고 깨어있을 수 있도록 얘기해주시는 버팀목으로서 계셔주세요~~~

언니들의, 활동가들의 은자샘!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