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책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_ 진진
 글쓴이 : 인권센터 (24-06-28 17:53 / hit : 95)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_ 진진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는 세월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소설이지만 사회학 보고서처럼 읽히는 글이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전체를 관통하는 계급적인 사유가 건조한 문체, 냉철한 시선, 깊은 통찰력 속에서 도도히 빛을 발했다.

 

아니 에르노의 말은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될 책이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계급에 대한 사유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담자인 로즈마리 라그라브와의 차이점이 인상적이다. 두 사람 모두 계급을 탈주한 사람으로서 사회적인 맥락에서 자신의 위치를 사유하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아니 에르노가 더 첨예하게 자신의 자리를 사유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아니 에르노는 육체적인 노동에 비해 자신의 글쓰기 작업을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의 계급적 맥락을 지금의 자리에서 절대 잊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런 태도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냉철함인 것 같다.

 

우리는 많은 것을, 때로는 아주 오래된 것들을 뒤죽박죽 느끼면서 살아가고, 그러다가 그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내가 느낀 것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죠. 나에게는 1971년에 발견한 상속자들이 바로 그런 책이었어요. 내가 지나온 것이 그가 말하는 장학생의 경로였다는, 그때까지 내가 지녔던 수많은 태도들, 거북함, 수치심, 예를 들어 부르주아 계급에 속한 나의 시집 식구들 사이에 있을 때 겪게 되는 감정이 전부 설명된다는 자각이 갑작스럽게 분출한 순간이 있었죠. 지금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순간 이후로는 내가 더는 개인 심리학의 용어로 말하지 않았다는, 예를 들어 스스로 소심한성격이라고 말하기를 그쳤다는 것만은 알고 있어요.”(92)

 

아니 에르노의 책은 나에게 (그가 말한 것처럼) ‘내가 느낀 것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이다. 또한 내가 아니 에르노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원해내기 때문이다. 그의 통찰력은 나의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아니 에르노의 언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아니 에르노는 사회학적인 고찰을 밋밋한 글쓰기로 고수하면서 문학적인 언어의 계급에서도 탈주하고자 했다고.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를 보면 노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너무 뻔한 것 같지만 한편 신기하게도, 로즈마리 라그라브의 관점은 사회학적이고, 아니 에르노의 관점은 문학적이다. 그러니 그의 소설이 아무리 사회학 보고서 같다 해도, 그의 글에는 문학의 정신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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