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2 (수) 23:38    한겨레 
 
성매매 여성 5명 유흥없소 불법 폭로 회견 
 
[한겨레] 외상술까지 “대신 갚아라”강요
선불금 족쇄로 인간이하 취급
“우린 몸팔아 돈벌어 주는 기계였어요”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룸살롱에서 일하던 최아무개(32)씨 등 5명은 2일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성매매를 강요해온 업주의 불법행위를 폭로했다.

이들은 최근 불경기와 성매매 업소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손님이 줄어들자 업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위해 ‘선불금’에 묶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횡포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 가운데 9년째 이 업소에 종사한 한 마담은 “손님들의 외상값은 자신이 책임져야 했으며, 심지어 손님들이 깎는 술값도 자신의 미수금으로 올려져 결국 8400여만원의 빚을 져야 했고 그것이 자신의 숨통을 죄는 족쇄가 되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왔다”고 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을 폭로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3일 성매매 방지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더 교묘한 수법으로 윤락행위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이 통과된 뒤 달라진 것은 ‘아가씨’들이 업소 뒷문으로 나가서 여관 뒷문으로 나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윤락여성들은 업주들이 선불금을 미끼로 여성들을 옭아맨 뒤 월급도 주지 않고 각종 명목으로 빚을 키워 접대부 일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했으며, 업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교통사고를 위장해 살해하거나 하루에 여덟번까지 윤락을 해야하는 안마시술소 등으로 팔아넘기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업소와 관련된 특정 기관의 공무원들이 “공짜니 본전을 뽑아야겠다”면서 성상납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실수로 선불금을 받아 빚을 지게 된 것을 계기로 이 업소 저 업소를 전전했으며 그것이 족쇄가 되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게 됐다고 울먹였다.

또 변태적인 성행위까지 감수해야 했으며, 일상적인 학대와 욕설을 당해야 했고, 생리를 늦추는 피임약을 항상 복용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 여성은 아이를 돌 볼 사람이 없느니 일주일만 쉬게해달라고 애원했으나 나와서 빚을 갚아야 하니 아이를 데려다놓고 일하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이 지역 유력인사의 동생을 자처한 업주는 별채를 두고 체격이 건장한 남자들을 불러 성매매를 통한 선불금 회수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대구 여성회 성매매 여성인권 지원센터 신박진영 상담실장은 “피해여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구경찰청에 해당업소의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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