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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참사’ 국가 책임 면할 수 없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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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힘내 (04-05-19 10:52 / hit : 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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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18 (화) 17:47 한겨레
‘군산 참사’ 국가 책임 면할 수 없다
[한겨레] 대낮에 유흥주점에서 불이 났다. 아래층 주점은 비어 있었지만, 2층 쪽방에는 이른바 2차 손님을 받기 위한 여성들이 영업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가득찬 연기를 피해 미로처럼 얽힌 복도와 층계를 내려왔지만, 아래층으로 통하는 철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는 열 수 없도록 밖에서 잠가 놓았기 때문이다. 현대판 ‘노예문서’에 묶여 몸을 팔던 젊으나 젊은 여성들은 그렇게 철문 앞에 뒤엉킨 채 질식해 숨졌다. 자그마치 열다섯명이나.
지옥의 모습이 이것과 다를까.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이 수백만원의 돈을 받고 이 업소의 불법 인신매매를 묵인했고, 소방관 또한 잠금장치가 있는 것을 알고도 피난상 문제가 없다고 보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인권을 부르짖는 현대 민주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2년여, 재판부는 이들의 죽음에 국가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는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로 숨진 여성들의 가족이 국가와 전북도 그리고 군산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업주의 책임만을 인정했다. 경찰과 소방관들은 화재가 발생해 사망사건이 날 것을 예상하고 이 업소의 법률위반 행위를 단속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불법 인신매매를 축출하고자 하는 사회의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개복동 사건 직 후, 그보다 3년 전에 군산 대명동에서 발생한 비슷한 화재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불법을 알고도 제지하지 못한 국가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배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사회의 관심이 들끓을 때는 책임을 지다가 잊혀지자 발을 뺀다면 법의 일관성은 어떻게 되는가. 법은 현상의 유지가 아니라 개선의 사명을 띠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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