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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룸싸롱-법인카드가 향락업소 먹여살린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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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힘내 (04-02-13 12:20 / hit : 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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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룸살롱] 법인카드가 향락업소 먹여살린다
하룻밤 수백만원… 손님 70%가 회삿돈 사용
목요일인 13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 A호텔의 유흥주점. 40대 남자 4명이 들어와 12년산(産) 양주와 맥주, 과일 안주를 시키고 접대부 5명을 앉혔다. 이들은 노래반주 연주자를 불러 1시간쯤 노래를 부른 뒤 술자리를 오전 1시쯤 끝냈다. 웨이터는 250만원이라는 숫자만 적힌 전표를 들고 왔다. 항목별 술값 내역을 요구하자, 20분쯤 뒤 전표 뒤에 다음과 같이 적어왔다. ‘양주 3병 60만원, 과일 등 안주 3개 30만원, 맥주 21병 21만원, 음료 30개 9만원, 세팅비(기본비용) 8만원, 밴드 12만원, 접대부 봉사료 5명 50만원, 2차 화대 50만원, 호텔비 10만원’.
룸살롱에서는 소매가격 4만~5만원대의 위스키는 20만원, 2000원대의 맥주는 1만원, 500~600원대의 음료수는 3000원이다. 웬만한 회사원의 한달 봉급을 넘는 이 술값은 일행 중 한 사람이 법인 카드로 계산했다.
한국 사회는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오직 룸살롱만은 불야성이다. 밤거리에는 온통 룸살롱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5년 1만2909곳이던 룸살롱은 주택가·학교 주변에 가리지 않고 침투해 매년 2000여곳씩 늘었다. 작년 말 한국의 룸살롱은 2만4048곳으로 7년 전에 비해 정확히 2배 증가했다.
이들 룸살롱을 배부르게 하는 것은 기업들의 ‘주인 없는’ 법인카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쓰는 접대비 규모는 매년 3조~3조5000억원(96~2000년 국세청 신고 기준)으로, 세법상 접대비 한도를 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4조~5조원 이상이 접대비로 쓰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B기업 홍보실 C(40)씨는 “한달 평균 15~20차례 손님을 접대하며 2500만원 정도의 접대비를 회사 법인카드로 계산한다”고 말했다. D공기업은 지난 2000년 국정감사에서 법인카드로 1년6개월간 단란주점 등에서 19억5000여만원을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한 벤처기업에서는 30대 홍보상무가 접대비라는 명목으로 하룻밤에 950만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해, 내부에서 결제를 해주느냐 마느냐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최근 친구 1명과 강남 룸살롱을 찾은 회사원 김모(31)씨는 술값 120만원을 각자 법인카드 2장으로 나눠 계산했다. 이 가운데 봉사료는 80만원으로 술값(40만원)의 2배였다. 그는 “회사에서 한번에 쓸 수 있는 한도액을 정해놓아 이런 식으로 편법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D룸살롱의 주인은 “솔직히 제 돈으로 룸살롱에서 술 마실 수 있는 고객은 드물다”며 “아마 고객의 70%쯤 법인카드를 쓴다고 보면 정확하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손원익(孫元翼) 박사는 “IMF이후 한동안 줄었던 기업의 접대비 지출이 다시 늘면서 상장사의 60%가 접대비 손비처리 한도(0.2%)를 초과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을 해치고 사회 도덕적 해이와 문화적 타락을 가져오는 룸살롱의 번성을 막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엄격한 조세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룸살롱에서 접대했던 중소기업 사장 김모(43)씨. 그는 120만원이 찍힌 신용카드 영수증에 다른 업소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른 업소 이름으로 빼돌린 것이다. 김씨는 “위장 가맹점 앞으로 결제된 접대비는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없어 결국 룸살롱 탈세 금액이 고스란히 우리 회사로 떠넘겨졌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법인카드로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는 반면, 업주들은 탈세로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룸살롱 인근에 카페를 차린 뒤, 룸살롱에서 소비한 술을 카페에서 소비한 것처럼 신고해 탈세하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카페에서 술을 마시면 양주 1병의 부가세가 1만원을 넘지 않지만, 룸살롱에서는 10만원 이상이 세금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런 룸살롱·단란주점의 탈세를 막기 위해 작년부터 정부는 위장 가맹점에서 매출전표를 받은 신용카드 이용자(6만5000여명)들을 통해 불법업소들을 추적중이다. 작년 1월에는 룸살롱에 대한 특소세율을 20%에서 10%로 내려주기도 했다. 세율을 내려줄테니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룸살롱의 세금으로 나라가 살찔 때 그 나라는 깊은 속병을 앓게 될지 모른다.
◇특별취재팀
(安晳培기자(팀장) sbahn@chosun.com )
(金成炫기자 danpa@chosun.com )
(廉康洙기자 ksyoum@chosun.com )
(李世珉기자 johnlee@chosun.com )
입력 : 200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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