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평등한 것 아닌가요? 약자를 보호하듯 저도 제가 한 약속을 지킬 거예요.”

지난 23일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대표 이은주) 주관으로 성매매 방지법 시행 1주년 기념 거리캠페인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아름다운 동행, 스톱(STOP) 성매매", “성매매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우리들의 발걸음”이란 구호를 외치며 9·23 성매매방지법을 자축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즉석 거리 스티커 투표를 실시하고, 성매매 방지를 위해 함께하자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홍보에 전념했다.

경북대 풍물패 '날벼락'의 길놀이와 풍물공연을 시작으로 바람개비 판 만들기, 성매매 근절을 촉구하는 전시판 홍보, 솜사탕 나누어주기, O. X 퀴즈, 성매매 여성인권지원센터 활동가들의 몸짓공연, 성매매안하기 자기선언, 핸드프린팅 순서 등 다채로운 순서를 마련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성매매안하기 자기선언에 동참한 5인의 남성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성매매방지에 대한 입장과 소신을 밝히면서 성매매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매매 근절을 위한 열가지 자신과의 약속'을 낭독했다.

“노래방에 갈 때 도우미를 부르지 않는다.”, “주변에 성매매를 구매하려는 자가 있으면 뜯어 말린다.”,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소중하듯 타인의 몸도 소중하게 여긴다.”

대학생으로서 '성매매안하기자기선언'에 참여했던 곽재영씨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손도장까지 찍고 제 자신과 약속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성이 지켜져야 하듯 돈이면 다 되는 우리의 문화는 사라져야하며,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성, 약자라고 해서 짓밟고 사고 팔려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박은자 성매매피해여성쉼터 원장은 “성매매방지법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안마시술소, 이발소 등과 같은 곳에서 성매매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이 마치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경찰의 단속이 이뤄져 음성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박은자 원장은 “성매매는 몰래하거나 안 들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주거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함에도 지방자치 단체의 재원부족과 의식결여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이은주 대표(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후, 지역에서도 성매매 업소의 업주들의 폭행, 폭압이 줄어든 것이나 피해여성들의 자활의지의 확산 등의 사례가 가시적으로 나타나 성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정부나 우리 사회가 성매매는 범죄라는 인식과 함께 피해 여성들에 대한 자활을 위한 장기적인 쉼터, 자활교육센터(심리치료, 독립생활 등) 등이 지방에도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거리행사장에서는 지난 8월 말경 청도에서 발생한 한 성구매자에 의한 성매매 피해여성 모친 살해사건 발생으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여성에 대한 긴급 모금활동을 펼쳤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성매매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 및 국내적 노력에 국민모두가 새로운 인식전환과 참여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이날 거리캠페인은 성매매근절을 위한 성명서 낭독을 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2005-09-24-11:08 오마이뉴스 김용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