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갈비뼈 부러져도 계속" 사라진 대구 자갈마당의 아픈 기억
 글쓴이 : 인권센터 (19-10-07 16:45 / hit : 21)
 
   https://news.joins.com/article/23524012 [9]
[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24>
철거 갈등, 대구 자갈마당 가보니


포크레인이 인천 옐로하우스의 마지막 업소 앞에서 최후통첩을 하던 지난달 초,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이제 막 철거가 시작되고 있었다.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인 1906년경 만들어진 유곽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곳으로 1만2428㎡(약 3766평) 규모다.

이곳에서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아파트 886세대, 오피스텔 256호 등을 짓는 주상복합 신축 사업이 승인돼 지난달 4일 ‘60호집’을 시작으로 철거에 들어갔다. 시행사인 도원개발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철거가 40% 정도 진행됐다. 이달 말까지 철거를 마칠 계획이지만 성매매 업소 업주 5~6명과 이주비 협의를 마치지 못해 갈등을 겪고 있다.

철거 3일째인 지난달 6일 오후 자갈마당을 찾았다. ‘H’ 모양의 골목길에는 허물어진 외벽, 건물 잔해, 잡동사니 쓰레기가 가득했다. 한쪽 구석에 높게 쌓인 침대 매트리스 수십 개가 눈에 띄었다. 옐로하우스 철거 현장과 비슷했다. 건물 내부에서는 해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리가 긴 스탠드바 의자들이 여기저기 나동그라져 있었다. 여성들이 엉덩이를 걸치듯 앉아 남성을 기다리던 공간이다. 주로 무릎 높이 온돌방에 앉아 대기하는 형태의 옐로하우스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곳 업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1990년대 60여 개 업소에서 1000여 명 여성이 일했지만 이 수가 줄었다 늘기를 반복해 113년 만에 0이 됐다. 업소들은 이미 폐건물처럼 보였지만 이곳에서 만난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몇몇 업소는 보름 전까지도 영업했다”고 말했다.

옥상·지하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방

건물은 대부분 층이 낮았다.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도 있었다. 신박 대표는 “일본식 2층 유곽을 그대로 두고 타일 등을 덧씌우거나 증축한 건물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건물 안에 들어가 봤다.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한낮이었지만 내부가 어두워 손전등이 필요했다. 건물들은 마치 미로 같았다. 층마다 계단과 복도가 이어져 현재 있는 곳이 몇 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벽을 부수거나 옥상을 연결해 서로 다른 건물끼리 통하기도 했다.

복도에는 양쪽으로 방이 줄지어 있었다. 창문은 막혀 있어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방이 있었다. 지하와 옥상에도 임시 벽으로 만든 방이 빼곡했다. 지하에서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문짝들을 보고 있으니 수용소가 떠올랐다. 벗어날 수 없는 ‘방 지옥’ 같았다.

방마다 벽지가 조금씩 달랐는데 꽃무늬가 많았다. 어느 곳이나 벽과 문에 아기자기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 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키티’였다. 신박 대표는 “이곳 여성들 사이에서 키티가 ‘마당 명품’이라고 불렸다”며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소소하게 계속 사 모은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의 브로마이드나 손님이 많이 오길 바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도 눈에 띄었다. 방에는 통풍이 안 되는 곳에서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가져다 놓은 방향제와 향초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불·신발·인형·제모제 등도 그대로였다.

옐로하우스 여성 B씨(53)는 1980년대 중·후반 자갈마당에서 일했다. 그에게 이날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당시는 환경이 훨씬 열악했다고 했다. “골목 골목이 눈앞에 선했는데 사진을 보니 오히려 낯설어요. 많이 변했네요. 제가 있을 때는 방을 꾸미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이런 게 없었어요.”

“자갈마당 명품 브랜드 ‘키티’”

B씨는 당시 이곳이 욕실도 없는 판자촌이었는데도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기억했다. 신박 대표는 “80년대 후반 하루에 나오는 현금이 수억원에 달해 은행이 자갈마당에 지점을 냈었다고 한다”며 “2002년 대구여성회가 조사했을 때는 대구에서 가장 큰 백화점 매출이 부럽지 않다고 했으며 90년대에는 업주가 여성 한명에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방적기 4대에 견줄 정도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자갈마당을 찾는 남성들은 여느 집결지와 마찬가지로 일용직부터 전문직까지 다양했다. 2000년대 이전에는 기업 회식이나 접대를 이곳에서 하거나 명절에 친척들끼리 오는 일도 있었다. 성업한 만큼 남성들의 언어·신체 폭력도 심각했다. 2010년대 자갈마당에 3년 정도 있었던 한 30대 여성은 몇 년 전 신박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이건 사람이 아니라 정말 동물 취급받으니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이건 정말 인간과 인간의 대함이 아니라 인간이 짐승을 대하는 것 같아요. ‘너는 내가 샀으니까’ 하는 식의 취급을 받으니까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죠.”

신박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은 매번 전투를 치르듯 일한다”며 “한 여성은 흥분한 남성이 짓눌러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이 남성을 다시 상대하는 것이 힘겨워 그 순간을 참았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을 4번이나 시도한 여성은 이유를 묻자 '그 순간에는 쉴 수 있어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여기 있으나 저기 있으나 지역마다 똑같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게 제일 꿈이다. 이런 일 안 하고. 근데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이라고 토로했다.

도원개발은 성매매 여성 등 90여 명에게 자활·이주비로 1인당 400만원을 지급했다. 업주 30여 명에게는 1인당 3000만원을 지급했다. 업주와 센터 등에 따르면 대부분 여성이 이곳을 떠났지만 10여 명은 자갈마당 주변에 방을 얻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성매매를 한다.

자갈마당에서 일한 여성들은 이곳이 어떻게 바뀌길 원할까. 대구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그냥 공원으로 놔두지 뭐,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뭐가 들어서면 가보겠지. 근데 지금도 안 가고 싶은데…그래도 가보겠죠.”

“안 가고 싶은데…가보겠죠”

옐로하우스 여성 B씨 역시 “그때 조명이 분홍색이었는데 마음이 어두워서 그랬는지 자갈마당 하면 회색이 떠오른다”면서도 “워낙 어린 나이에 있던 곳이라 그런지 철거된다니까 친정집이 헐리는 것 같아 복잡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아픈 기억의 공간이지만 살면서 느낀 유일한 삶의 터전 같은 공간이기 때문인지 잊기 어려운 듯했다.

신박 대표는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집결지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성매매만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표성이 있다”며 “그래서 더는 여성이 유입되지 않게 전국적으로 폐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업주에게 버림받고 악에 받친 여성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워 자활 지원금을 안 받겠다고도 하지만, 지자체는 반드시 이들의 사정을 듣고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대구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에 따라 2017년 7월부터 2년 동안 자갈마당 종사 여성 110여 명 가운데 80여 명에게 주거지, 생활비 등을 지원했다. 상담을 마친 여성은 103명이다. 사업비는 12억원 정도 들었다. 앞으로도 탈성매매를 전제로 자갈마당 출신 여성이 자활을 원한다면 모두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시가 이런 성과를 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 1962년 생겨난 이곳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업소 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매매 업소 여성 등 30여명은 갈 곳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불상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이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그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옐로하우스 비가(悲歌·elegy)’에서 그 목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2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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