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24 (목) 07:02    조선일보    조선일보 기사보기 
 
해외 원정 성매매 여성 노예 생활 
여권 뺏기고 돈 뜯겨



[조선일보 김봉기 기자]

“하루에 4~5명과 잠자리를 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20만~30만원이었습니다.”


H(여·28)씨는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단속이 강화된 뒤 “1년만 일하면 업소에 진 빚 7000만원을 갚을 수 있다”는 브로커의 속임수에 귀가 솔깃했다. 소개받은 곳은 호주의 한 마사지 업소.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H씨가 성매매로 번 돈 대부분은 연 60%나 되는 이자를 갚기 위해 국내로 송금됐다. 4개월여 동안 그녀의 수중엔 100만원이 채 안 남았다.


H씨와 동료들은 업소로부터 선불금 2000만~4000만원을 받았다. 대신 업주는 이자와 매월 화장품비·의류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었다. ‘무단결근시 벌금 400만원’ ‘외박 절대 불허, 외박시 벌금 50만원’ 식의 노비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병원비, 약값은 본인 부담으로 했다. 귀국을 원하는 여성들에겐 “빚을 먼저 다 갚으라”고 협박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해외로 나가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현실이 이렇다. 경찰은 “전문 브로커들이 일본은 1000만원, 사이판은 1200만원 등의 선불금을 받고 4~5명씩 팀을 꾸려 해외로 내보낸다”고 밝혔다. 최근엔 유럽·러시아까지 진출하고 있다. 국내 여성들은 해외에 도착하는 순간 여권을 빼앗겨 졸지에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한다.


경찰은 23일 성매매특별법을 피해 뉴질랜드·호주·캐나다 등의 마사지 업소로 유흥업소 여성 38명을 취업시키고, 성매매를 알선해온 브로커 이모(여·47)씨 등 7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김봉기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knigh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