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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19 (월) 18:03 한겨레
범죄 올가미에 노출된 출장마사지사
[한겨레] ‘희대의 연쇄살인’ 충격
"목숨걸고 출장… 얻어맞아도 신고 엄두못내"
동료끼리 문제손님 인상착의 교환이 고작
“연쇄살인 사건 이후에는 출장마사지 나갈 때 도망갈 준비부터 합니다. 무섭지만 어떡해요. 먹고는 살아야죠.” 19일 서울 ㅇ동에서 만난 출장마사지사 김정선(가명·26)씨는 “출장마사지는 불법 성매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손님한테 맞거나 돈을 뺏겨도 신고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며 “한 마디로 목숨 내 걸고 영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장마사지는 보통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밤 시간에 이뤄진다.
여성들은 피시방이나 만화방에서 시간을 떼우다 업주가 전화를 하면 손님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김씨는 “여관뿐 아니라 가정집, 원룸 등 안 가본 곳이 없다”며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 가정집보다는 그래도 모텔이나 여관이 안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쇄살인 사건 이후 동료 여성들이 출장 나가기를 거부하지만, 대부분의 업주는 “각자 알아서 조심하라”는 주의만 줬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불안한 동료들끼리 ‘문제 손님’에 대한 인상 착의나 전화번호 등 정보를 교환하며 “스스로 조심하자”고 서로 위로할 뿐이다.
“내가 그 애들 대신 전화를 받고 나갔으면 죽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차라리 돈을 달라면 줄텐데, 이유없이 죽인다니 소름이 끼칩니다.” 하지만 김씨는 도움을 청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성매매 업소가 밀집된 이른바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쉼터나 피해구조센터 등에 도움을 청하고, 때론 적극적으로 업주들에 대항하는 것과 달리, 출장형 성매매 여성들은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성 쉼터나 지원센터요 우린 그런 거 몰라요.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청하면 도와주기는 하는 건지도요.”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집단 성매매 업소 여성들의 성매매는 일정한 장소에서 이뤄지고 조직폭력배나 업주들에 의해 사실상의 ‘관리’가 이뤄지는 것에 비해, 출장형 성매매 여성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대포폰을 사용하고 여성들끼리도 서로 본명조차 알지 못하는 등 성매매가 워낙 은밀히 이뤄져 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기 전에는 도움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청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 관계자 역시 “지난달 3일 센터 개소 이후 전화방이나 출장 마사지사들의 피해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쇄살인사건이 있기 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말해, 사실상 이들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인정했다.
김씨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려도 신고조차 안 되겠죠. 그냥 조심하는 수 밖에 더 있겠어요”라며 자리를 떴다.
김영인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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