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9 (토) 08:56    민중의소리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공개토론회 ⓒ민중의 소리 김철수
 
외국인여성인권의 사각지대가 된 기지촌 
한국의 성매매 역사를 설명하는 '기지촌'은 지금 외국인 전용 클럽을 중심으로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된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 해 9월 23일부터 성매매특별법과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 관행에 일대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외국인 여성은 여전히 예외다. 외국여성특례조항이 만들어졌지만 이것이 기지촌 여성의 87%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여성들의 현실적 보호 장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여성들이 기치촌에 급격히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90년 대 후반 무렵부터. 그 동안 이들에 대한 민관의 실태조사는 여러차례 진행되었다.

2003년 여성부의 <외국여성성매매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태원이나 부산의 '텍사스촌' 클럽 등에 취업한 외국인 여성들은 주중 평균노동시간 8.37시간, 주말 9.76시간을 일하고 월평균임금은 78.47만원으로 국내 이주노동자 월 평균임금 995,816원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 여성들의 '코리언 드림' 성매매, 인신매매로 돌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의 착취구조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현장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피해 여성들 자신이 인신매매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못하는 만드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지적된다.

많은 외국 여성들이 본국의 취업난과 가난 등을 이유로 자발적 이주 노동자의 길을 택하고 있지만, 이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맞닥뜨리는 현실은 계약서 상에 약속된 노동조건과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일례로 2002년에 한 러시아 여성이 문화관광부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합법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외국인 연예 기획사에 의해 각종 국내 유흥업소를 전전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렇듯 기지촌에 유입되는 많은 외국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창녀' 나 '출입국 사범'으로 취급받고 있음에도 자신이 피해자인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여성이 현지에서 모집되어 한국으로 입국되는 과정도 문제다.

예술흥행비자, 이른바 E-6 비자로 입국하여 기지촌 외국인 전용클럽에서 일하는 외국여성들은 원래 접대 서비스를 할 수 없으나 업주에게 감시당하며 대부분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합법적 비자인 E-6 가 공공연히 인신매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신매매 및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돕고 있는 '두레방'이 외국 여성 피해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이들은 클럽에서의 임금체불, 여권압류, 성매매 강요에 시달리다 탈출하지만 클럽 밖에 나가서도 결혼 사기 및 이혼, 양육, 생계문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 목적 외국 여성 인신매매 근절해야... 사회적 인식 전환 시급

이에 두레방은 27일 인권위원회에서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갖고 성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는 외국여성들의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 한 구석에 만연한 성매매 목적의 외국여성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기지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들에 대한 대책으로 ▲외국인 전용 클럽의 E6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현실적으로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여성을 보호 할 수 있는 성매매 특별법의 개정과 인신매매특별법의 제정▲정확한 현장 실태 파악으로 피해여성들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정부 부처간, 민간단체의 협조체계 강화를 들었다.

배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