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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월) 18:44 한겨레 한겨레 기사보기
성매매 탈출 “새 삶이 보여요”
[한겨레]
“으앙, 으앙 …!” 올해 초 성매매 업소를 탈출한 김지현(21·가명)씨는 18일 아침 6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2.8㎏의 건강한 딸아이다. 아이는 엄마의 힘을 덜어주려는 듯 초산인데도 진통 시작 5시간도 채 안 돼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아이를 꼭 껴안은 김씨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스물한살밖에 안 된 나이지만 자신이 겪어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천 주안의 한 ‘방석집’에서 ‘일’을 하던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곳에서 일한 3년 동안은 그야말로 그에겐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절망과 죽음의 시간이었다. “음식이 들어간 다음 두번째 상부터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스트립쇼를 해요. 옷을 다 벗은 채로 테이블에서 내려오고 나면 그때부터 손님 노리개가 되고, 세번째 상에서는 쇼나 묘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돈도 제법 벌고, 빚도 없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경기가 하락하며 업소에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장사가 안 되자 김씨를 살갑게 대하던 업주의 태도가 급변했다. “미아리로 갈래, 청량리로 갈래? 하면서 팔아넘기겠다고 위협하고, 빚을 아무 근거도 없이 갑자기 늘려 잡아 차용증을 쓰게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대들 생각도 못했어요.” 김씨는 팔목을 긋고 자살을 기도했다. 남자친구이자 아이 아빠인 유상근(24·가명)씨가 그를 발견해 가까스로 살아났다. 하지만 퇴원 뒤 김씨에게는 갑절로 늘어난 빚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야 김씨는 유씨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놨다.
기술익혀 취업 등 자활성공 늘어
“뱃속 아기가 마음 다잡게 해줬죠”
유씨는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유씨는 수소문 끝에 여성긴급전화 1366에 연락을 했고, 김씨는 서울에 있는 탈성매매 여성 자활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김씨는 컴퓨터 공부와 검정고시 준비를 하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 선생님들에게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어요. 아, 이 사람들은 정말 내 편이구나 싶었어요.” 뒤늦게 임신 5개월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이를 낳아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김씨는 “뱃속의 아기는 제가 힘들 때면 마음을 다잡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에서 머무르며 새 삶을 시작할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트럭 운전을 하고, 김씨는 아이를 기르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보겠다고 했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성매매 처벌 특별법’은 김씨 같은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관심’ 자체가 성매매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김씨 같은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고 쉼터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쉼터에 있는 여성들은 성매매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했을 때 환호성을 지르고 울고 그랬어요.” 쉼터의 한 실무자는 “특별법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나라가 뭔가 자기 같은 여성들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 자체가 감동이었던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쉼터에 들어온 여성들도 이전에는 ‘정말 우리가 자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비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다부지게 마음먹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별법 시행 2주 뒤인 지난 10월6일 전남 여수의 유흥업소를 탈출한 오윤영(25·가명)씨는 5년간의 그곳 생활을 접고 미용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언론을 통해 ‘특별법 시행으로 업주에게 진 빚을 없애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도망나왔어요.” 쉼터에 온 것은 11월 초. 이곳에서도 오씨는 처음 며칠 동안 보석으로 풀려난 업주가 쫓아올 거라는 공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달반 남짓 지난 지금, 그는 친구들과 함께 빡빡한 일정으로 짜인 컴퓨터·미용 수업을 소화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다른 친구들한테도 과감하게 부딪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미용사가 될 거고, 포클레인 기사인 남자친구와 결혼할 꿈도 꿀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서수민 전정윤 기자 wikka@hani.co.kr
[한겨레]
“으앙, 으앙 …!” 올해 초 성매매 업소를 탈출한 김지현(21·가명)씨는 18일 아침 6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2.8㎏의 건강한 딸아이다. 아이는 엄마의 힘을 덜어주려는 듯 초산인데도 진통 시작 5시간도 채 안 돼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아이를 꼭 껴안은 김씨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스물한살밖에 안 된 나이지만 자신이 겪어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천 주안의 한 ‘방석집’에서 ‘일’을 하던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곳에서 일한 3년 동안은 그야말로 그에겐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절망과 죽음의 시간이었다. “음식이 들어간 다음 두번째 상부터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스트립쇼를 해요. 옷을 다 벗은 채로 테이블에서 내려오고 나면 그때부터 손님 노리개가 되고, 세번째 상에서는 쇼나 묘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돈도 제법 벌고, 빚도 없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경기가 하락하며 업소에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장사가 안 되자 김씨를 살갑게 대하던 업주의 태도가 급변했다. “미아리로 갈래, 청량리로 갈래? 하면서 팔아넘기겠다고 위협하고, 빚을 아무 근거도 없이 갑자기 늘려 잡아 차용증을 쓰게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대들 생각도 못했어요.” 김씨는 팔목을 긋고 자살을 기도했다. 남자친구이자 아이 아빠인 유상근(24·가명)씨가 그를 발견해 가까스로 살아났다. 하지만 퇴원 뒤 김씨에게는 갑절로 늘어난 빚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야 김씨는 유씨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놨다.
기술익혀 취업 등 자활성공 늘어
“뱃속 아기가 마음 다잡게 해줬죠”
유씨는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유씨는 수소문 끝에 여성긴급전화 1366에 연락을 했고, 김씨는 서울에 있는 탈성매매 여성 자활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김씨는 컴퓨터 공부와 검정고시 준비를 하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 선생님들에게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어요. 아, 이 사람들은 정말 내 편이구나 싶었어요.” 뒤늦게 임신 5개월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이를 낳아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김씨는 “뱃속의 아기는 제가 힘들 때면 마음을 다잡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에서 머무르며 새 삶을 시작할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트럭 운전을 하고, 김씨는 아이를 기르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보겠다고 했다.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성매매 처벌 특별법’은 김씨 같은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관심’ 자체가 성매매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김씨 같은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고 쉼터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쉼터에 있는 여성들은 성매매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했을 때 환호성을 지르고 울고 그랬어요.” 쉼터의 한 실무자는 “특별법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나라가 뭔가 자기 같은 여성들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 자체가 감동이었던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쉼터에 들어온 여성들도 이전에는 ‘정말 우리가 자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비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다부지게 마음먹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별법 시행 2주 뒤인 지난 10월6일 전남 여수의 유흥업소를 탈출한 오윤영(25·가명)씨는 5년간의 그곳 생활을 접고 미용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언론을 통해 ‘특별법 시행으로 업주에게 진 빚을 없애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도망나왔어요.” 쉼터에 온 것은 11월 초. 이곳에서도 오씨는 처음 며칠 동안 보석으로 풀려난 업주가 쫓아올 거라는 공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달반 남짓 지난 지금, 그는 친구들과 함께 빡빡한 일정으로 짜인 컴퓨터·미용 수업을 소화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다른 친구들한테도 과감하게 부딪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미용사가 될 거고, 포클레인 기사인 남자친구와 결혼할 꿈도 꿀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서수민 전정윤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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