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매매 알선업소에서 공공연히 주고 받는 몸값인 `선불금'을 무효라고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일하던 유흥업소의 선불금을 갚기 위 해 다른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돈을 받았으나 일을 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여성에 대해 법원이 선불금은 무효이며 무효인 빚을 갚기 위해 저지른 범행인 만 큼 범행동기를 참작할만 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한달여전 시행되기 시 작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주목 된다. 성매매와 관련된 채권은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하고 있는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으로 이제 성매매 알선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강제로 성매 매를 해야하는 족쇄가 되어온 선불금의 폐해가 사라지려나.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의 단속이 심해지자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을 주 장하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 이 이 법의 입법 취지가 아닌가 한다. 기존의 윤락행위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 위주로 되어있었으나 성매매 알선업자와 성매수자도 처벌하는 것으로 바뀐 것 이 성매매 특별법이다. 성매매 여성 대부분은 생계 문제로 선불금을 받고 성매매를 시작하지만 선불금 규모가 갈수록 커져 성매매 강제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감안 해 성매매 강요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 터 신고자를 대상으로 한 경찰청의 최근조사에서도 피해여성 대부분이 선불금이 성 매매 강제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선불금과 관련한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선불금에 묶여 고통을 받아온 수많 은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물론 성매매를 둘러싼 문제는 선불금 뿐 아니라 더욱 복잡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성 을 통해 권력과 통제를 행사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폐해와 성의 상품화를 부추 기는 소비 자본주의의 파괴력이 결합되어 나타난 사회문제가 바로 성매매 아니겠는 가. 여성의 성적 표출은 악덕으로 치부되고 남성의 성적 표출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합리화하는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온존하는 한 젊은 여성들이 성의 도구로 거래되는 성매매 산업은 번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잘못된 성문화 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새삼 재인식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