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7 (목) 15:19    오마이뉴스   
 
집창촌 주변 상인들 "세탁비는 내고 가라" 

[오마이뉴스 김효정 기자]지난 4일 성매매업소가 모여 있는 전북 전주시 일명 '선미촌' 거리에서 인근 상인 70여명이 쉼터로 보호 조치된 성매매여성과 현장상담센터 상담원들을 위협하고 차량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쉼터 인계 성매매여성에게 "세탁비 내놔라"

 
 
사건이 발생한 지난 4일 새벽 전북지방경찰청 소속 여성기동수사대는 선미촌에서 잠복 근무를 펼쳐 성매매를 하려던 군인들과 업주, 성매매여성 4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법에 따라 업주와 구매자를 검거하고, 성매매여성들은 전북성매매여성현장상담센터 '용감한 여성들' 상담원과의 상담 후 4명 중 3명이 쉼터에서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일 오후 4시 센터 상담원과 함께 성매매 여성들이 업소에서 개인 물품 등을 빼오려 하자 인근 상인들이 몰려나왔다. 상인들은 물품을 실은 차량과 상담원 차량을 막아서며 "빚 못 갚으면 차 못 뺀다"며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묶여 있던 성매매업소의 포주가 아니라 선미촌 일대에서 옷을 세탁하거나 음료, 식비 등을 거래해 왔던 상인들로 여성 네명이 진 빚은 총 180만원선. 개인적인 거래라기보다는 의복 세탁비와 성 매매자에게 제공되는 음료수, 물티슈 등 성매매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품을 구입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현행 법률상 성매매와 연계된 선불금은 무효지만 성매매 포주 외에 관련 업소의 빚은 처리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성매매업주들은 선불금 뿐만 아니라 영업 중 소비되는 필수품과 식비까지도 모두 성매매여성들에게 부담시키며 착취해 왔다"며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해 생긴 빚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국 30분이 넘는 실랑이 끝에 결국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뤄져 여성들은 쉼터로 인계됐다.

상인들, 성매매상담원들에게 난동 부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세탁 등 관련 상인들이 선미촌 인근에 위치한 성매매상담센터에 가서 난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경찰이 출동, 상인들을 내보내고 상담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센터를 빠져 나가야 했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센터 앞에 대기하고 있던 상인들은 상담원들이 탄 차량을 덮치며 차 유리창을 깨는 등 위협을 가했고 "끝까지 집에 쫓아가 불 지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 10여명이 있었지만 상인들의 폭력과 협박은 계속됐고, 밤 11시 10분경 상담원을 태운 차량이 현장을 빠져 나간 뒤에야 사태는 진정됐다. 이날 상인들은 상담센터가 성매매 여성들을 '빼돌렸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사태의 책임을 여성단체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지난 23일부터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특별법'이 정식으로 발효되자 성매매업소들은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관련 상인들도 피해를 보게 되어 여성단체들의 탈성매매 선도 활동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한 상인은 "여기 사람들(상인들) 다 아가씨들하고 거래하던 사람들이야. 단속이다, 지원이다 해서 여기 아가씨들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여기서 영업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찰과 센터, 성매매 여성 보호 놓고 논란

한편 전북성매매여성현장상담센터 '용감한 여성들'은 이날 단속 과정에서 기동수사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경찰의 미온적인 집행 태도로 성매매업주들이 경찰을 중재자로 여기고, 집행력이 없는 민간단체의 상담원들을 방지법 집행의 주체라고 여기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센터는 상인들과의 실랑이 중에도 경찰이 상인들을 진정시키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센터 관계자는 "경찰 중 한명이 '이 빚을 갚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며 경찰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동수사대 송미영 주임은 "성매매 여성들의 짐에 음료수나 의복 등 관련 물품들이 들어 있었다"며 "여성단체는 그 빚도 범죄에 이용된 불법자금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판단할 지침이나 판례가 아직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센터는 "상담을 위해 경찰청에 도착하니 경찰이 현장에서 검거한 업주와 성매매여성들을 한 곳에서 조사하고 있었다"며 "상담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들이 한곳에 있어 솔직하게 얘기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동수사대는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송미영 주임은 "성매매 여성들은 업소에서는 물론 경찰청으로 이동할 때도 다른 차에 태워 신변을 보호했다. 경찰청에서 수사할 때 여성들은 4층에, 성매매자와 업주들은 3층으로 분리시켰다. 절대 한곳에서 수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잠복 근무에 날밤을 새면서 새벽 5시에 현행범을 체포할 수 있었겠냐"며 "검거 후에도 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등 성매매 여성들의 신변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용감한 여성들 등 전북지역 여성단체와 민주노동 등 사회단체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갖고 4일 있었던 선미촌 사건을 알리고 경찰이 좀 더 강력하게 단속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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