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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화재사건 관련 판례(오마이뉴스, 인권사랑방) 2002.07.04
오마이뉴스
성매매 방치, "국가에 책임" 첫 판결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손배소송서 유가족 승소… 집단소송 뒤따를 전망
김지은 기자 kissluna@naver.com
당국이 윤락가의 성매매를 방치, 묵인한 것은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와 주목된다. 향후 관련 소송 및 윤락가 단속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지방법원(이하 서울지법) 민사13부(재판장 김희태 부장판사)는 4일 지난 2000년 9월 있었던 군산시 대명동(속칭 '쉬파리 골목') 유흥업소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여성 5명 중 3명의 유가족이 국가와 업주, 군산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세 유가족에게 각각 2200여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전국 윤락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매매 행위에 대한 대한민국과 경찰의 직무유기를 인정한 첫 판결로, 앞으로 성매매 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또 화재사고로 사망한 윤락여성을 화재가 발생한 업소로 팔아넘긴 포주에 대해서도 원고 승소판결을 내려, 인신매매 연결고리를 끊기위한 본격적인 수사착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인근 파출소 경찰 공무원들은 화재가 난 윤락가의 윤락행위를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식별 가능한 쇠창살이 있어 감금, 윤락사실을 알고 있었을텐데도 이에 대한 단속을 게을리 했고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떡값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경찰에게 부과된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망인(사망여성)과 망인의 가족이 받은 피해가 인정되므로 위자료조로 금전적으로나마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애초 3명의 사망여성 유가족은 대한민국, 윤락업소 업주, 군산시에 대해 피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이날 재판부는 "군산시 공무원의 책임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군산시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기각판결을 내렸다.
판결 후 그동안 무임으로 원고측 변론을 맡은 배금자 변호사와 유가족 대표 및 그 동안 소송을 공동 준비해온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이강실), 전북여성단체연합(대표 정미례) 등 여성단체와 성매매 피해여성 쉼터 새움터(대표 김현선)는 서울지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판결의 의미와 앞으로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로써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 전국 윤락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모아 집단소송준비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전국 윤락업소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자활활동을 돕고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쉼터인 새움터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성매매행위를 강요당하고 있는 여성들은 약 1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향후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 위자료 청구소송을 낼 경우 재판부는 또 다시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군산시 개복동 화재사건의 사망여성 13명의 유가족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오늘 판결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여성들이 감금된 채 당한 성매매 강요, (화대)착취 등 인권유린을 경찰관이 묵인한 것은 직무유기란 점을 재판부가 최초로 인정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가 인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며 고민 끝에 이런 용단을 내린 재판부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그러나 원고 기각판결이 내려진 군산시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범죄행위를 발견하면 고발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형사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이를 좁게 해석한 재판부의 판결에는 유감"이라며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공무원 등 군산시에 대해서는 항소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산대명동 화재참사 대책위원회·군산개복동 화재참사 대책위원회·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 방지법 제정 특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방지 및 피해자보호를 위한 성매매방지법을 제정 ▲성매매 범죄 단속 및 피해자 구조 ▲성매매, 인신매매된 피해여성들의 지원체계 마련 ▲관련공무원 비리방지 및 직무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촉구했다.
"다른 딸들을 위해 그만둘 수 없다"
-대명동 화재참사 유가족 인터뷰-
"다른 딸들을 위해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이거 처음 시작할 때 내 딸만 생각했다면 하지 못했을 겁니다."
딸을 가슴에 묻은 지 이미 3년,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주전 재판부의 선고연기 결정이 내려졌을 때의 긴장된 모습과는 달리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 딸처럼 감금돼 있는 여성들에게 이번 판결이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죠. 이것이 불씨가 돼서 그런 데서 다들 나올 수 있게 된다면야…"
화재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갔을 때, 딸이 그동안 어떤 곳에 있었는지를 알게된 그 순간, 너무 힘들었다.
"고향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친구들도 '니딸이 그런 데 있었던 거냐'라고 하니…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런 데 있었냐'느니, 내 딸이 그곳에 가고 싶어 갔습니까?”
그런데 소위 '포주'들이란 사람들은 전혀 죄의식을 못 느끼는 듯 했다. 영안실에서 유가족들만 넋이 나가 앉아 있고 포주들은 "우린 책임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여성단체들에 도움을 청했다. 그렇다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피말리는 고통 속에 보낸 3년이었다.
그럴 때마다 유가족들은 서로 "다른 수 십, 수 만명의 여성들을 생각해보자"며 결심을 다졌다. "우리 아이가 하늘에서나마 조금이라도 위안받았으면 좋겠어요." 아버지의 눈시울은 금새 붉어진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는 아버지.
"일부라도 승소한 것은 다행스럽죠. 특히 나라의 잘못이 인정됐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인 군산시가 빠져나갔으니 항소해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겁니다. 이건 보상문제가 아니예요. 보상은 처음부터 신경도 안썼습니다."
오는 9월 19일이면 벌써 딸의 3주기다. 딸의 영정 앞에 조금이라도 더 당당하게 서기 위해 아버지는 지난할지도 모르는 이 싸움을 도저히 그만 둘 수 없다. / 김지은 기자
2002/07/04 오후 7:06
ⓒ 2002 OhmyNews
인권운동사랑방-인권하루소식=====================================
성매매 피해 여성 방치, 국가 책임 인정
- 군산대명동 화재사건 손배소송 판결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여성들의 상황을 묵인·방치했다면, 국가는 이에 대해 금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4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13부(재판장 김희태 부장판사)는 지난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로 숨진 피해 여성 5명중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군산시, 박모씨 등 포주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6천7백만원을, 포주들은 손해배상금 5억9천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은 윤락업소 각 방의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여성들이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제지하고 업주들을 체포하는 등의 의무를 게을리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며 방치한 점이 인정된다"며 "업주들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화재로 숨진 윤락여성들과 유족들에게 금전적으로 위로할 의무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경찰공무원이 포주와 유착, 성매매 업소에서 인권착취를 당하는 여성들을 방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은 첫 판결이다.
또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 등 업주들은 업소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을 받거나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각 방의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외부로 통하는 1층의 철제 출입문을 자물쇠로 시정, 출입을 봉쇄"했고 "분전반 합선으로 윤락녀들이 사망하게된 점이 인정되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들에게 감금 상태에서 윤락을 강요하고, 화대를 갈취하고 화재로 사망에 이르게 한 모든 것에 대해 포주들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선고공판에서 말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돈을 받고 포주에 여성을 넘긴 권모 씨에 대해서도 위자료 배상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산시는 범죄행위에 대해 어떠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 등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 군산시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소송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다른 피해 여성들도 이번 판결을 근거로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라며 "앞으로 국가는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성매매 업소를 조사하고 피해여성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변호사는 "그러나 군산시 공무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배 변호사는 "시 공무원은 관할 지역 내 성매매 여성의 실태를 파악해 업소의 범죄사실을 파악하면 직접 수사권이 없어도 고발할 의무가 있는데, 재판부가 이러한 점을 놓쳤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 성매매방지법 제정 특별위원회와 군산대명동 화재참사 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성명을 내 "오늘의 판결로 인해 향후 국가는 성매매 범죄에 대해 계속 외면할 수 없게 됐다"라며 "앞으로 성매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영]
출처 - 인권운동사랑방 발행 '인권하루소식'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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