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16
"자기들끼리 `형님·아우' 하는데 제대로 조사가 되겠어요?" 지난 12일 새벽 5시 전남 순천의 한 유흥업소에서 9개월간 일해왔던 윤락녀 A(27)씨와 B(23)씨는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다.
외출이 전혀 허락되지 않고 업소 옆 슈퍼마켓에만 가도 `삼촌'이 따라 붙는 감시의 눈초리 속에 살던 이들은 새벽까지 이어진 영업이 끝나자 잠옷바람으로 업소를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무작정 윤락녀들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지원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서울로 오는 도중 경찰에 `가게에 여자들이 감금돼 있다'는 신고를 했고,신고를 받은 관할지역 경찰은 신고된 유흥업소에 들이닥쳐 남아있는 윤락녀 4명과업주를 경찰서로 연행, 조사를 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일하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뒤 도망친 윤락녀 C(29)씨는`경찰의 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C씨는 강 변호사에게 "이웃 유흥업주들까지 함께 경찰서에 와서 조사중인 경찰들과 호형호제하면서 장난치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항의하자 업주가 잠시 나가있는가 했더니 다시 돌아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사관 옆에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업소 아가씨들이 경찰서에 오자 경찰관들이 `XX년들 또 왔군' 이라는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 모멸감을 느꼈다"며 "경찰이 `너희가 (성상납 폭로에대한) 뉴스를 보고 흉내를 내는 거냐'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가족들이 경찰서에 도착해 신병을 인도해가자 경찰서 현관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업주들이 가족들을 모텔로 데려가 `선불금을 갚으라'며 협박, 보증서를 써줘야 했다며 경찰들의 안이한 신병보호에 분통을 터뜨기도 했다.
A씨와 B씨도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불안에 떨고 있다.
업주의 가족에 대한보복이 남아있기 때문. A씨는 "작년 6월에 어떤 아가씨는 탈출했다가 업주들이 그 아가씨의 어머니를업소에 20여 일동안 붙잡아 놓고 돌아오라고 협박했다"며 "그 어머니는 당뇨병을 앓아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야만 했는데 업주는 병원도 못 가게 했고 오른손을 못 쓰는그 어머니가 밥을 먹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면 `밥은 먹여서 뭐하느냐'며 왼손으로밥을 먹어야 했다"고 치를 떨었다.
어머니가 이런 고통을 당하는 것을 안 그 여성은 업소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결국 업주의 통제는 더욱 심해졌다.
B씨는 "업소에 남아있던 4명의 아가씨들 중에 아직 1명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보니 업주가 어느 모텔방에 가둬놓고 외부 연락을 차단한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표정을 지었다.
이와 관련 관할서 관계자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경찰관이 있느냐"고 밝힌 뒤 "여성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거나 과장된 것이며 업주들의 감금사실이 어느정도 인정돼 검찰로부터 보강수사 지휘를 받고 수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