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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9명 업주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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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힘내 (04-02-17 20:58 / hit : 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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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9명 업주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
7명 미성년때부터 "목돈번다" 꼬여
때리고 돈 떼먹어 10억 지급요구
허술한 법망 뚫고 업주 실질제재 주목
ㅂ(22)씨는 15살이던 7년 전 가출했다.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성매매업소가 모여 있는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였다. 그런 곳인 줄 모르고 갔지만, 다달이 월급을 주겠다는 업주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한푼도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업주는 ㅂ씨가 월급을 요구할 때마다 "목돈을 마련해 주려고 적금을 붓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ㅂ씨는 "업주의 폭력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며 목돈 만질 날만 기다려왔지만, 업주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ㅂ씨가 받지 못한 돈은 1억원이 넘는다.
ㅂ씨를 비롯해 미성년자 때부터 성매매 업주에게 고용돼 피해를 입은 여성 7명과 성인 피해여성 2명이 업주들을 상대로 9억7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미성년 시절 성매매를 강요당한 7명은 어린 나이에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최소 1억원씩을, 나머지 2명은 체불된 임금과 인권유린 보상금 등 최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 전력과 업주에 대한 채무 등으로 형사처벌될 위험을 무릅쓰고 집단으로 법정투쟁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피해 여성들이 민사소송까지 가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ㅂ씨는 지난해 4월 업소에서 도망나와 한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업주 노아무개(43)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업소가 불법영업을 했기 때문에 '임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노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ㅂ씨는 다시 청소년보호위원회 산하 '성피해 청소년 법률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법률지원단은 업주를 사기 혐의로 재고소했다. 노씨는 구속됐고 재판을 받고 있다.
ㄱ(26)씨는 지난달 5일 서울고법 법정에서 당시 피고였던 동료의 채무가 무효임을 입증하려고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원고인 업주의 신고로 경찰에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업주에 대한 선불금 채무를 갚지 못해 기소중지 상태였고, 법정에서 곧바로 경찰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결국 불구속 입건됐다.
이번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동안 청소년의 성을 착취한 업주들이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형사처벌을 받는 데 그쳐, 성매매업소의 불법영업이 근절되지 않았던 현실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함께 소송을 낸 김아무개(29)씨는 "업소에서 성매매를 전제로 '선불금ꡑ' 주는데 이자와 벌금이 높아 업소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며 "성매매 업소 종사 여성들이 앞으로 큰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송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업주를 실질적으로 제재하고 피해여성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해서 거액을 청구했다"며 "성매매 업소에서 미성년자를 불법 고용하면 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데 이번 소송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경 '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사무국장도 '몸을 판다는 이유로 인권을 유린당해서는 안된다'며 '성매매 업소를 상대로 적극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한다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매매 업소 팽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인 기자 yiye@hani.co.kr 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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