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룸살롱은 2~3년 전부터 대형·기업화 추세가 뚜렷해졌다. 40여개의 방에 200여명의 접대부를 둔 양재동의 A룸살롱은 매일 오후 4시쯤 룸살롱의 지분을 갖고 있는 ‘부장급’들이 회의를 한다.
오후 5시엔 마담들이 20~30분 정도 회의를 갖는다. 이들은 “어젯밤 몇 번룸 손님들은 양주만 마시다 갔다”, “아가씨들의 용모에 대해 투덜거리는 손님들이 많은데 조치를 취하라” 등 일반 회사의 조회와 다름 없는 평가를 매일 벌인다. 마담 H(35)씨는 “일단 출근하면 잡담하거나 쉴 시간이 없다”며 “돈벌이는 괜찮지만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 일대에서 룸 40개 이상의 대형·기업형 룸살롱은 10여 곳으로 추정된다. 호텔 지하의 나이트클럽이나 카바레를 룸살롱으로 개조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4~5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경우도 있다. 룸 70여 개를 가지고 있는 B룸살롱의 경우 마담·접대부·웨이터를 모두 합쳐 300~400명을 고용해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의 1급 룸살롱은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룸살롱도 적지 않다.
룸살롱이 대형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자금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강남 역삼동의 C룸살롱 김모(36) 사장은 “강남에서 남의 건물을 빌려서 방 40개짜리 룸살롱으로 개조할 경우 투자비만 70억~80억원 가까이 든다”며 “10명이 분산 투자하더라도 1명이 7억~9억원씩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는 ‘조폭(組暴) 자금 유입’ ‘검은돈 유입’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강남·북에 4~5개의 체인을 갖고 인력을 지원하는 ‘체인형 룸살롱’도 생겨났다. D룸살롱의 경우 서울시청 뒤 업소가 다른 업소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면 강남 쪽에서 부장·마담·접대부들이 총 출동해 ‘융단 폭격’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 시장을 ‘정리’한 다음에 매출이 오르면 다시 강남으로 복귀하는 식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수천만~1억원대의 선불금을 받고도 이에 못 미치는 매출을 올리는 마담을 색출해 ‘블랙 리스트’를 교환하는 풍조도 있다.
2년 전부터는 인터넷상에 룸살롱을 소개하고, 종업원 구인·구직을 알선하는 사이트도 10여 개 생겨났다. 이들 사이트에는 전국 1000여 곳의 룸살롱 간부·마담들이 자신의 얼굴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 등록해 구인 광고를 하고 있는 북창동의 S룸살롱 서모(여·22) 상무는 “매주 2~3명씩은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S사이트의 이모(38) 사장은 “최근에는 미국·일본의 유흥주점에서도 구인 광고가 들어오며 LA 한인타운의 한 룸살롱은 월 1000만원 보상 고소득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올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