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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1 (화) 17:53 한겨레 한겨레 기사보기
탈성매매여성 둘 대학합격
[한겨레] 쉼터서 밤낮없이 공부
“다른 동료들도 힘얻길”
다방과 성매매업소에서 일했던 여성 2명이 올해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서울시가 설립해 운영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전용쉼터에 들어간 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부한 끝에 합격의 기쁨을 얻었다.
한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ㄱ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덜어보려고 2000년 다방에 취업했다가 인생이 뒤바뀌었다. 어설프게 시작한 다방생활은 자신에게 올가미가 됐고, 4년 동안 여기저기 떠돌다 어린 나이에 성매매 여성의 종착역이라는 한 ‘섬’에까지 흘러들었다.
‘섬’에서 간신히 탈출해 서울시 여성쉼터에 들어간 그는 삶의 행로를 바꾸기로 어렵게 결심했다. 자기처럼 집안이 가난해 성매매에 나서게 된 여성들을 돕는 일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 뒤 지난 1년 동안 그의 표현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부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대학입학 통지서를 손에 쥐었다.
ㄱ씨는 “전문대에서 열심히 공부해 4년제 대학에 편입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하고 싶다”며 “내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을 돕고 싶고, 공부도 꾸준히 계속해 성매매 관련 분야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ㄴ씨도 십대 후반인 1991년 가난에 찌든 집을 떠나 94년부터 10년 동안 다방과 유흥업소 등 성매매업소에서 일해왔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성매매를 시작했지만, 10년이 넘도록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결국 ㄴ씨는 돈을 벌기는커녕 빚을 진 채로 여성쉼터에 들어왔다.
최종 학력이 중졸이었던 그는 쉼터에서 거의 15년 만에 ‘공부’라는 것을 다시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았지만,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이런 악조건을 넘어섰다. 그는 대학에서 피부관리사 관련 공부를 할 생각이다.
대학 합격과 함께 13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가족들과도 다시 만났다.
ㄴ씨는 “어떤 친구들은 ‘한번 성매매에 발을 담그면 아무리 재활교육을 받아도 결국 성매매로 돌아가게 된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여성들은 겁먹지 말고 여성단체나 재활센터, 쉼터를 찾아 반드시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자활·독립을 위해 전용쉼터를 4곳 운영하고 있다. ㄱ씨와 ㄴ씨가 생활하는 쉼터에서만 올 한해 고입·대입 검정고시 합격자가 6명이고, 경찰공무원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 쉼터를 거쳐간 여성 160명 가운데 32명이 고입·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66명이 직업훈련을 받았거나 받고 있으며, 13명이 새로운 일을 찾았다. 정혁준 유선희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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