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코미디” 잇단 비판…고비처 신설론 다시 비등
| 기사입력 2010-06-09 11:21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최종 발표를 접한 시민들은 “알맹이는 빠지고 쭉정이만 밝힌 결과”라며 사법처리 없이 내부 징계로 선을 그은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8일 MBC PD수첩의 검사 스폰서 의혹에 대한 두 번째 보도가 맞물려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비판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내부 조사와 개혁 문제를 검찰 손에 맡긴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등 제3의 사정기관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검찰의 스폰서 관행은 상습적인 뇌물수수와 성매매라는 ‘범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진상 규명이 없고 검찰 직무규정 위반에 따른 내부 징계 수준에 머물렀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나 사법처리 없이 마무리된 위원회 발표를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기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이번 발표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고 결국 ‘자기 사람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진순(54ㆍ회사원) 씨는 “사회 정의를 똑바로 잡는 검사들이 향응을 제공받는 등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은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태생부터 검찰 편에 선 위원회의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조홍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몇 명을 징계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의 객관성이 문제”라며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한 조사는 검찰이 주로 하고, 민간 위원들은 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됐다면 조사 결과가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검찰은 정치인 수사를 할 때 직무관련성 여부를 넓게 봐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곤 했는데 수사에 관해 더 많은 권한을 가진 권력기관인 검찰 내부인사에 대해서는 훨씬 관대한 결과를 내놓았다”며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손동권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의 의심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 원리는 모든 것이 증거로 입증돼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라며 “모든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완벽한 입증은 어렵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