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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5 (월) 18:29 조선일보 조선일보 기사보기
"돈 좇았지만 남은건 만신창이 몸"
성매매탈출 2인 인터뷰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우린 돈의 노예였어요. 내 몸 만신창이 되는데 돈만 따라갔죠.” “지금 버는 돈이 훨씬 적어보이지만, 고스란히 내 손에 들어오는 건 더 많아요. 이걸 몰랐어요.”
24일 저녁, 서울시내 한 탈(脫)성매매 지원시설에서 만난 박소영(가명·24)씨와 유미옥(가명·28)씨의 표정은 밝고 여유로웠다. 이들은 “처음 결심하기가 어렵지, 일단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자 마음먹으면 탈성매매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열여섯 살 때 가출해 부산 감전동에서 집창촌 생활을 시작한 소영씨는 작년 10월, 9년간의 성매매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조리전문학교에 다니면서 한식·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냈고, 대입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다.
미옥씨는 제주의 룸살롱부터 서울 미아리 집창촌까지 10년 넘게 전전하다 여성긴급상담 전화 ‘1366’을 통해 탈출했다. 현재는 피부관리사로 일한다. 월 수입은 90만원으로, “선생님, 관리사님 호칭이 들을수록 기분 좋다”며 싱긋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업주와 소개소 ‘삼촌’들의 착취를 견디다 못해 성매매업소를 도망쳤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월 수입이 많다는 것부터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소득은 월 300만원 이상이지만 5부·10부 이자를 떼는 선불금 외에도 지각·외박·결근에 붙는 벌금, 숙소비(한 달 30만원), MT비(마담한테 주는 관리비 25만원)를 제하고 나면 월 말에 손에 쥐어지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술을 못 팔았다고 한겨울 발가벗긴 채로 옥상에서 맞기도 하고 화장실도 서로 감시하는 속에서 갔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는데도 왜 여성들이 그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걸까. “업주들 보복이 무섭죠. 가족·친척들에게 죄다 빚보증을 세워놨어요.” 이들은 “성매매 특별법 반대 시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한다. “이자 몇푼 깎아준다고 하면 다들 달려나가요. 지금 장사 못해도 이자는 계속 올라가니까 종업원들만 죽어날 거예요.”
특별법 시행 후 한 달, 그동안 나타난 부작용은 ‘몰아붙이기’ 단속에서 비롯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손님한테 맞아 파출소에 신고해도 윤락전과만 올려놨던 국가가 갑자기 돌봐준다니 믿어지겠어요? 업주들이 종업원들 감금하거나 해외로 팔아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여성부의 ‘탈성매매 캠페인’에도 불만이 많았다. “금연 광고 하나만해도 참 재미있게 하던데…성매매는 범죄입니다! 이렇게 하니 무서워서 어디 찾아 갈 수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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