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동 현장방문상담을 진행하며 - 장은희 (대구여성인권센터 쉼터 원장)

16년 4월부터이니까 벌써 달성공원 현방을 1년이 넘게 진행하고 있다.

 매월 1회(네번째 일요일) 행동하는 의사회 대구지부와 연합으로 달성공원 인근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을 만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사회 회원들과 학생간호사 봉사자, 상담원이 조를 나누어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여성들의 건강체크 및 건강상담을 진행하였다. 이전에도 한번 씩 센터에서 현방을 나갔었지만 그곳의 여성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이 본인이 오픈되는 것, 또는 가족을 아는 사람을 그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므로 애써 눈도 마주치지 않고 "좋은 일 하시네요“, ”나야 아프면 병원가면 되는데 굳이 뭐하러 방에까지 찾아오냐“며 일정정도의 거리를 두셨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을 꼭 근처 공간을 빌려서 힘내진료소를 꾸리고(때로는 장소가 여의치 않아 짐을 싸들고 보따리 장사꾼처럼 가가호호 방문도 해가며) 정기적인 만남을 갖다 보니 작년 말부터는 은근히 ”언제오는고?“ 하면서 내심 기다리시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왔다고 하면 우리 얼굴보기 위해서라도 걸음을 하신다. 남자 의사선생님들이신데도 편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선생님께서 식단이라든가 약물복용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그 말이 법인줄 알고 자신의 주의사항을 되새기곤 하는 모습 속에서 처음의 낮섬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는 쉼터, 상담소와 연락을 하며 직접지원과 연결되면서 진료소는 사랑방 같은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지난 5월부터는 절대 발걸음 안하실 것 같던 언니들도 새롭게 오셔서 밥도 먹고 진료도 보면서 사는이야기, 병원다니는 이야기 등등 서로의 근황을 나누기도 하고, 매니큐어도 서로 발라주기도 하고,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생활속에서 알아두면 좋은 운동법도 공유하면서 그공간을 따뜻하게 채워가고 있다. 그 변화의 힘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밥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번 현방을 마치면 아쉽지만 인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지난연말 송년회를 하면서 삼겹살 파티를 하고, 지난달에는 새로운 공간확보 기념으로 짜장면 파티를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이 소소하면서도 얼마나 큰 만족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매월 힘내진료소 열 때마다 간단하게라도 음식을 준비하여 나누어 먹기로 했다. 이번달은 25일에 현방을 나갔는데 묵밥을 해서 나누어 먹었다. 딱히 특별한 매뉴도 아니다. 묵 썰어 넣고 오이와 김가루 뿌려서 다시물에 간장을 넣어 슥슥 비벼서 먹는데도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묵밥 한 그릇에 20여명이 행복한 우리들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셈이다. 이렇게 우리는 여성들의 공간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어느 한 순간 한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모든 여성이 성매매를 하지 않고 살아가고, 성매매집결지는 결국 없어져야 하지만 순간순간 함께 했던 퍼즐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다보면 결국 우리네 삶의 그림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 공간을 기억할 때 폭력과 혐오의 공간만으로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돈 없고 빽 없는 여성들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곳은 여성들, 우리, 언니들이 묵 한 사발에 정을 나누었던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달에도 어떤 것의 먹거리를 싸들고 그 공간으로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