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지역정비와 여성인권이라는 두 가지 큰 맥락을 가지고 <대구광역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행정발의로 제정하였다. 도심정비 부분의 방향은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이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7월 경부터는 자활지원조례에 따른 지원사업의 본격 시행과 함께 강력한 경찰 단속 등을 예고해 놓은 상태에서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대구광역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는 특히 제3조에 시장의 책무 조항을 넣어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명시하여 성매매문제 해결에 ‘여성인권’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분명히 하였다. 여성들에 대한 지원 내용으로는 탈업소후 생계유지를 위한 비용을 매월 10개월간 지급하고, 주거이전 비용도 보증금이나 월세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조지원사업비 외 직업훈련비도 책정되었다. 이를 위한 2017년 예산과 향후 예산에 대한 계획도 마련되어 있다. 지원의 과정에서는 여성들의 신변보호와 비밀보장 등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002년 처음으로 ‘자갈마당’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업소마다 유리창에 붙여놓은 ‘무의탁여성상담소’안내문이었다. 업주들이 만든 모임의 이름이 ‘무의탁여성상담소’였고, 그 이름의 유래는 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다. 업주들이 그들의 성매매알선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성매매여성들의 자활을 위해 애쓰는 이들로 정체화하는 방식이 한국내 성매매시스템이 얼마나 착취적인가를 오히려 강하게 시사해준다.

그랬던 집결지 알선업주들은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다른 국면을 맞이하면서 한번 더 이미지를 세탁해서 ‘한터전국연합’이라는 명칭을 달았다. 그 후 자갈마당 업소의 유리방의 전면엔 한터전국연합 소속이라는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들이 대구시의 집결지 폐쇄에 맞서는 방식으로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시가 폐쇄를 강행할 경우, 이 일대에 대구역·달성공원 등의 노숙인들이 모두 몰려와 주변을 어지럽힐 것”(영남일보, 2017.5.1.)이라는 그들의 말에 <도원동 도심부적격시설주변 정비추진단(T/F)>의 명칭이 겹쳐보인다. 무의탁여성이라는 지칭이 도심부적격시설로, 다시 노숙인으로 전유되고 있는 것이다. <도원동 도심부적격시설주변 정비추진단(T/F)>이라는 100년을 유지, 방조해온 지자체가 지은 이 명칭은 그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증인 것인지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공적 논의에서 과도하게 ‘성매매’를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의도된 과오와 알면서 넘어가는 그림자들에 대한 인지와 평가는 매순간 일어나지만 현실의 과정에서는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늘 선택과 포기를 주고 받는다. 감수하고 책임져야할 모든 것들은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지만 우리가 하는 그 선택과 포기가 최선이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번 의심스럽다.

우리가 원하는 성매매집결지 폐쇄의 방향에서 가장 유일하고 중요한 것은 ‘여성인권’이다. 자갈마당의 역사를 기억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여성인권이 담긴 문화의 공간으로 정비하고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탈성매매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그간의 주장에 조금씩 변화해온 과정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손쉽게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복잡한 견해들에 마주친다.

또 정책입안과 진행에는 무수한 편의적 발상과 알수 없는 통념에 사로잡힌 실체 없는 여론이 등장한다.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매매집결지‘자갈마당’이 미래를 위한 가치로 역사와 문화가 복원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여성들에 대한 지원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분히 고민되고 논의되어져서 실천으로 이어져가는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지금이 우리가 수치와 무지로 만들어온 반인권적 성매매집결지의 역사를 반성하고 이후의 시간을 여성인권을 의제로, 인간이 중심에 놓이는 살고 싶은 곳으로 변화하는 역사를 쓸 수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