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없는 세상, 우리는 희망합니다. 그리고 상상합니다, 그래서 행동합니다. 누군가의 쾌락을 위해 누군가의 몸이 돈을 매개로 팔리는 것, 우리는 그러한 세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끝없이 성찰합니다. 우리가 늘 옳을 것이라 판단하지 않습니다. 고정되고 화석으로 굳어진 신념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움직이는 인간에 대한 감수성으로 희망하고, 상상하고, 행동합니다.
- 창립선언문 -
폭력을 일상으로 만드는 현장이 ‘성매매’라는 틀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 속에 발전논리에 희생되어온 사회 소외계층의 문제를 화두로 여성운동은 지금까지 여러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진보운동을 확장시켜 왔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의 전략 속에 ‘여성인권’ 그중에도 ‘성매매’라는 영역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잊혀진 채로 오랫동안 우리사회의 가장 극단적인 폭력이 자행되는 어두운 그림자로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잊고 있던 그 세월동안 그림자는 비대해지고 이 사회의 토대로서 자기확장적 논리를 가지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 우리에게 ‘인권’이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윤리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던 그때에도 여전했던 성매매의 현장이 드디어 우리로 하여금 눈을 뜨고 귀를 열게 했던, 가슴과 영혼을 뒤흔들었던 군산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나 당당히 ‘성구매’의 권리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외침을 자신들 이익의 대변자로 삼아 한국사회 경제권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성구매 수요창출의 핵심인 성매매알선조직은 전국적 규모를 넘어 세계 인신매매시장까지 아우르며 한국을 인신매매 송출지이자 중개지·귀착지로 만들고 있다. 여성의 몸을 성적 종속물로 인신매매하는 상황은 자본이라는 권력에 의한 지배를 당연시하는 신노예시대적 망상을 꿈꾸는 이들의 전략아래 정당화되고 있다. 그들은 이를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적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성매매’라는 착취형식을 통해 전인류가 처한 억압적 상황의 극단적 사례를 본다. 이를 고발하고 밝혀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다시금 인식하며 이를 통해 억압에 저항하는 실천을 함께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일상화된 폭력을 용인하는 ‘성구매’에 대해 이를 혁명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성찰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모든 냉소와 저항에 굴하지 않고 희망하고 상상하고 행동함으로써 시민적 가치,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시민적 가치, 공동체적 가치의 주체로서 소통하고 연대하여 대안적 삶의 방식이 가져올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만들 세상은 배제되고 억압받는 사람이 없는 작고 큰 공동체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옹호받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천부적 권리를 존중하도록 요구받을 것이며 여기 모인 우리 대구여성인권센터는 그 시기의 도래를 불러올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한다.
우리의 행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의 운동은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실천이다. 이를 통해 궁극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에게 모든 한계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닌 극복되고 넘어서 새로운 세상의 출현을 기다리는 잠시의 과정임을 우리는 안다. 이 선언문의 서명자인 우리들은 “성매매여성인권운동단체로서 여성인권에 반하는 모든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반성매매운동과 여성인권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할 것”을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