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야성 룸싸롱-양주업계, 불꽃튀는 판촉전(조선일보)
|
|
글쓴이 :
힘내 (04-02-13 12:28 / hit : 6,028)
|
[불야성 룸살롱] ③ 양주업계, 불꽃튀는 판촉戰
"밤의 큰손 마담을 잡아라"...영업사원들, 룸살롱 청소-마담차 운전
서울 역삼동 S룸살롱. 위스키 제조업체 A사 직원 4~5명이 찾아왔다. 이 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낮에는 웨이터들과 함께 업소 청소를 하고 새벽에는 퇴근하는 마담의 자가용을 손수 운전해줬다. 이 룸살롱 마담 한모(36)씨는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영원사원들이 찾아와 ‘우리 회사 양주를 팔아달라’며 유리컵부터 에어컨까지 ‘판촉상품’을 놓고 갔다”고 말했다. 강남 룸살롱 주변에서는 방 40~50개에 이르는 대형 룸살롱에 방 1개당 100만원이 드는 고급 인테리어 비용을 위스키 업체에서 대신 내준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위스키 업체들은 강남 룸살롱을 잡기 위해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가을 한 신규 위스키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더욱 심해졌다. 당시 한 위스키 업체에서는 20대 초반의 여성 100명을 고용, 3일에 한 번씩 강남의 룸살롱 전체를 훑고 다녔다.
경쟁 업체 역시 200명의 젊은 여성을 강남 룸살롱으로 투입시키는 맞불작전으로 응수했다. 한 수입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중소 업체는 강남 룸살롱 이외의 지역에서는 아예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며 “마케팅 비용을 강남에 다 털어놓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말 서울 하얏트호텔에서는 한 주류업체의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설명회가 열렸다. 이 업체의 초청으로 참석한 720여명 가운데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나온 여성 100여명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강남 일대의 ‘잘 나가는’ 룸살롱 마담들. 양주 업계의 숨은 실력자인 ‘강남의 마담’들이 공개된 장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행사가 처음이었다. 행사 주최측은 “룸살롱에서 술을 고르는 데 마담들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들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한 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353만8000상자(500㎖ 18병 기준). 2001년에 비해 12% 증가했다. 국민 1인당 1.3병을 마신 셈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1조5000억원으로 위스키 원액 수입액은 세계 4위, 수입액 증가율은 세계 1위다. 이 때문에 작년 1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위스키 업계에서 한국은 뜨거운 시장(hot market)”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선 위스키 소비량 절반 정도가 서울에서 판매되며, 서울 판매량의 60~70%는 강남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룸살롱이 밀집한 서울 강남 일대는 연간 위스키 소비량이 5200여억원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위스키 시장인 셈이다.
룸살롱과 위스키 제조업체를 연결해 주는 고리는 주류 도매업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불투명한 거래로 탈세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주된 탈세 수법은 무자료 거래. 현금이 돌지 않는 주류 도매상에서 공장도 가격으로 시장에 주류를 내보내면, 전문업자들이 이를 넘겨받아 계약서 없이 룸살롱에 판매하는 것이다. 강남의 7~8개 룸살롱에 주류를 공급하는 B업체 김모 사장은 “카드깡으로 매출을 감추기 힘들어진 룸살롱에서도 이런 무자료 거래를 선호한다”며 “덤핑업자들에게 술을 판매한 순간부터 탈세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룸살롱들은 위장 카드가맹업소나 인근 카페 등을 이용해 술을 분산 매입, 매출액을 숨기기도 한다. 카페에서 술을 구입하면 특별소비세가 면제되기 때문. 강남 C룸살롱 업주 이모(38)씨는 “업소마다 신용카드 결제액을 나누는 위장카드 가맹업소를 2~4곳씩 가지고 있다”며 “그 업소 명의로 주류카드를 만들어 술을 매입하면 세무서에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의치 못할 경우엔 가까운 카페 명의로 술을 매입한 뒤 ‘감사의 표시’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룸살롱을 중심으로 매년 엄청난 술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금은 제대로 신고되지 않고 줄줄 새나가고 있다.
입력 : 2003.03.0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