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예인의 60%가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여성 연기자 111명과 연예 지망생 240명, 연예산업 관계자 11명을 상대로 ‘여성 연예인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해 이런 자료를 내놨다. 이 조사에서 여성 연기자의 45.3%가 술시중을 들도록 요구받았다고 했다. 60.2%는 방송 관계자나 재력가, 사회 유력 인사들로부터 성접대 제의를 받았고 31.5%는 가슴과 엉덩이, 다리 등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마침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이하 한예조)은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가해자는 바로 공중파 방송 3사들이다. 그들이 국민의 방송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리들이다. 이것이 장자연 자살사건이 주는 경고이자 교훈이다.”고 주장했다. 여성 연예인이 재벌이나 방송관계자, 제작사 간부 등으로부터 성접대 요구에 시달린다는 말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이들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것은 돈을 앞세운 검은 손과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과열 경쟁이 원인이다.
여성 연예인을 성적 노래개의 대상으로 만든 주범이 방송사라는 한예조의 주장은 놀랍다. 연예인을 보호해야 할 방송 관계자들이 한예조의 주장대로 연예인을 자신들의 성적 욕구충족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면 철면피한 일이다. 성매매 얘기가 나올 때 마다 거론되는 게 재벌과 사회 유력 인사들이다. 이들도 낯 뜨거운 줄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을 상대해서 번 돈을 젊은 연예인의 성을 사는데 쓴다면 하늘이 노할 일이다. 유력 인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연예인들도 자기 몸은 자기가 잘 관리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방송사나 기획사, 프로그램 제작사의 성 관련 요구가 있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성접대 제의가 있을 경우 이를 단호히 거절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연예인을 관리하는 기획사의 자격 여건도 강화해야 한다. 영세한 기획사가 난립하지 않도록 자본금과 대표의 자격 등도 규제해야 한다. 연예인을 발굴하고, 공급하는 것은 일종의 직업소개 행위인데 아무나 이런 일을 해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연예인의 수급도 큰 문제다. 1년에 5만여 명에 가까운 연기지망생이 나온다고 하는데 대책이 있어야 한다. 지망생은 많고 문호는 비좁다 보니 성접대까지 해야 하는 지경에 온 것이다. 수요와 공급 사이에 절대 격차가 존재하는 한 여성 연예인을 향한 검은 손길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