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그 여대생이 윤락녀였다고? (뉴스메이커)
|
|
글쓴이 :
힘내 (04-07-19 13:29 / hit : 4,628)
|
2004.7.16 (금) 14:07 뉴스메이커
[사회]그 여대생이 윤락녀였다고?
6월 26일 김모씨(33-회사원)는 경기 일산경찰서 마약반으로 나오라는 출두 명령을 받았다. 윤락녀와 성매매를 했으니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도무지 그런 기억이 없던 김씨는 "무슨 일이지?" 하면서 6월 27일 저녁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서에 도착, 설명을 들은 김씨는 깜짝 놀랐다. 6월 17일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채팅을 하다가 만난 여대생과 성관계를 맺고 15만원을 준 사실을 경찰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은 여대생이라고 밝혔던 20대 초반의 여성이 여대생이 아니라 직업 윤락녀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터넷 ㅅ채팅사이트에서 자신을 여대생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 용돈이라도 마련하려 한다"며 "15만원을 주면 한 시간 같이 지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근처 화곡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자신의 전 화번호를 알려준 뒤, 여성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잠시 뒤 그는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확인했다. 채팅에서 자신과 나눈 이야기 내용까지 알고 있던 이 여성을 김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순진해보이던 그 여대생이 윤락녀라니, 믿을 수 없었다. 경찰의 설명을 자세히 들으면서 김씨는 자신이 완전히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윤락 조직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남성들은 여대생을 좋아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의 주범은 강모씨(33-포주)와 지모씨(28-남성 모집책), 임모씨(20-여-윤락녀 모집책). 지난해 말 윤락녀와 손님으로 만난 임씨와 강씨는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하다가 '대한민국 남성들은 여대생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여대생을 가장해 성매매를 하면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범행을 모의했다. 여기에 강씨와 알고 지내던 지씨가 합류해 지난 2월 '드림팀'이 구성됐다. 원래는 임씨가 윤락행위를 맡았으나 임씨와 강씨가 사랑에 빠지면서, 강씨는 임씨가 '현장'에 나가는 것을 반대했다. 결국 현장에서 은퇴한 임씨는 윤락녀 모집책으로 나서 일당을 도왔다. 이들은 경기 시흥시의 한 원룸에서 동거하며 결혼까지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락녀 모집책을 맡은 임씨는 인터넷 ㅂ채팅사이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임씨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연락해오면 부천시의 한 지하철 역 입구에서 만나 면접을 했다. 면접이라고 해봐야 얼굴과 몸매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돈이 필요해서 강씨 등을 찾아온 여성들은 주로 나이트 클럽 DJ, 룸살롱, 보도방 출신이었다. 강씨 등은 면접을 통과한 여성에게 "남성을 만나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라"는 등 주의할 점을 알려준 뒤, 바로 일을 시켰다.
주의할 점이란, 바로 남성 모집책 지씨와 입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씨는 여성의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든 뒤, '조건만남 하실래요' '매너만남 하실래요' 등의 제목으로 방을 개설한 뒤, 접근해오는 남성에게 한결같이 '여대생이다' '집안 사정이 어렵다' '15만원을 주면 한 시간 같이 있어주겠다'는 식으로 유혹했다.
유혹에 넘어간 남성의 전화번호를 받은 지씨는 우선 전화번호와 이름을 자신이 만들어놓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 중복여부를 확인했다. 들키지 않으려는 조치다. 남성을 유혹하다보면 똑같은 남성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름과 전화번호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놓으면, 이후에 똑같은 남성에게 같은 윤락녀를 보내 사기수법을 간파당할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씨 등이 작성해놓은 장부에는 한 남성이 세 번 이상 성매매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지씨의 용의주도함 덕택에 강씨 일당은 상대 남성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의 수법은 조직적이다. 강씨 일당은 면접을 통해 윤락녀 14명을 '고용'했고, 서울 시내 교통이 편리하고, 여관이 많은 서울 신촌과 신림동, 서울대 입구, 송파구청 등 10군데를 선정해, 윤락녀를 배치했다. 만약 남성이 걸려드는 경우, 지씨는 남성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윤락녀를 보내며 남성과 자신이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 윤락녀가 남성을 만나 딴소리를 않게 예방했다. 경찰에 출두한 회사원 김씨가 자신과 관계를 맺은 여성이 여대생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유다.
성관계 때 행동 자세히 기록
김씨만이 아니다. 경찰은 김씨에게 남성 316명이 이들에게 속아 여대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316명을 파악한 것일까. 그것은 경찰이 강씨의 사무실에서 발견한 파란색 장부 덕택이었다. 이 장부에는 남성 316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7월 6일 현재 316명 중 170여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처음에는 김씨처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맺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다가, 이들이 윤락녀라는 사실을 알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부는 수익금을 나누기 위해 윤락녀와 지씨, 강씨 등이 공동으로 관리했다. 경기 시흥의 한 원룸에서 남성을 모집하는 지씨와 현장에서 윤락녀를 '출퇴근'시키는 강씨 사이에 '비리'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장부는 무척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름과 전화번호, 직업 등은 기본이고, 이들이 당시 어떤 옷을 입었는지, 심지어 성관계 때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도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발기가 안 돼 다른 방법으로 만족시켜준 남성, 윤락녀가 신고 있던 스타킹을 2만원에 산 뒤 성행위를 한 변태적인 남성, '임질'을 앓고 있던 남성, 성행위를 한 뒤 태도가 돌변, 칼을 꺼내들고 오히려 돈을 빼앗아간 남성, 여성의 음부를 사진찍은 뒤 협박한 남성 등 온갖 내용이 다 적혀 있었다.
꼼꼼하게 작성된 장부 덕택에 경찰은 강씨 일당이 올해 2월부터 6월 23일까지 316회에 걸쳐 2천5백만원을 벌어들인 사실을 확인해 강씨와 지씨를 구속하고 임씨와 윤락녀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뿐 아니다. 장부 덕택에 성매매 행위를 한 남성 316명 중 17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다른 사람은 계속 수사하고 있다. 장부 하나가 여대생에 약한 한국 남성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