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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04-07-19 13:12 / hit : 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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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8 (목) 09:19 조선일보
여수 성매매 사건의 진실
업주 폭력과 일방적 벌금에 멍든 여성들
[조선일보 권경안 기자]
유흥주점(룸살롱) 여종업원들이 폭로한 이른 바 ‘전남 여수 성매매 사건’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경찰과 의사, 교수, 교사 등이 성매매의 대상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현직 경찰서장이 당사자로 지목돼 경찰의 조사를 받게 돼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왜 여종업원들이 내밀스런 ‘영업비밀’을 폭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영업과 성매매(윤락)실태’는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 왜 폭로했나 =이 사건의 시작은 업주의 폭력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30일 밤 광주광역시에 있는 광주전남여성단체 연합 부설 성매매여성지원센터 ‘한올지기’에 전화가 걸려왔다. ‘1366’ 긴급전화였다. 전남 여수시 여서동에 있는 한 룸살롱에서 일해온 여성종업원 10명중 8명이었다.
이들은 평소 업주(38·여)의 폭행과 횡포에 시달려왔다. 그러던 중 한 여성종업원이 업주로부터 뺨을 맞고 고막이 터지는 구타를 당하자, ‘집단탈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들은 평소 업소에서 해왔던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했고, 이를 접한 한올지기는 ‘사회지도층에 만연한 성매매범죄행위를 고발한다, 여수시 유흥업소를 집단 탈출한 8명 생존자들의 증언’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6일 오후 2시 실시된 기자회견에 8명의 종업원들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한 채 회견장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여성종업원들은 전남지방경찰청에 5일 고소장을 접수, 성매매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요청했다.
■ 어떻게 생활했나 =한올지기는 여성들의 진술을 근거로 기자회견문을 작성, 여성들이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소상하게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숙소생활을 했지만, 업주의 감시와 임의적으로 부과된 벌금에 의해 감금생활과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업주는 여성들에게 룸에 들어가 옷을 벗고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도록 강요했다.
일명 ‘계곡주’ ‘꽃주’ ‘유두주’를 따르도록 했다. 구매자가 아는 사람이 많아서 여관까지 못간다고 하면 룸안에서 성관계를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고, 비아그라를 구입해서 손님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생리중에도 성관계가 강요되었다. 또 매상을 올리기 위해 여성들에게 ‘낮에 만나 공짜로 주라. 닳아지냐’며 외교(접대)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업주는 벌금을 만들어 놓고 여성들의 수입을 가로챘다. 무단결근 50만원, 시간당 지각비 5만원, 2차 펑크시 술값 변상 및 2차비 없음, 싸움하면 30만원, 명찰을 달지 않으면 3~5만원, 샤워안하면 3만원, 머리 안하면 5만원, 숙소비 30만원 등이었다. 단골손님이나 관계공무원들에게 접대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무료접대할 것을 강요했다.
업주는 의류상품권을 구매하여 손님에게 주고 그 손님의 파트너가 되는 여성에게 상품권값을 물리도록 했다. 매너가 좋지 않은 손님과 ‘2차 나가는 것’을 거부하면 업주는 “가서 맞고 와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들의 인격과 인권이 무시되는 폭언과 폭행을 수시로 받아왔다는 것이다.
■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성매매 =여성들은 업소의 주 고객이 경찰서 고위층, 대학교수, 병원장과 의사, 선박회사 경영진, 교사 등이라고 했다. 한울지기는 이들을 ‘사회지도층으로 일컬러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룸안에서 여성들에게 퇴폐·변태적인 쇼를 공연토록 했고, 2차를 나가는 등 성매매범죄행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한올지기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명단(22명)을 갖고 있지만, “먼저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으면 명단공개를 검토한다”는 기본입장을 갖고 있다. 한올지기는 “사회지도층의 이중적이고 철저히 감추어진 성의식 속에서 성매매가 불법임을 확인하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이 사건을 접수하고, 업주를 일단 구속했다. 이와 함께 성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중 이른 바 ‘사회지도층’중 경찰고위간부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된 해양경찰서 고위간부를 조사했다. 해양경찰청은 이 간부를 대기발령조치했다.
이 간부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6월 초순 친구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은 있으나 너무 취한 상태로 기억이 없으며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관방이었다”고 말했다. 여종업원(24)은 그러나 이 고위간부와의 성관계에 대해 “여수말씨를 하는 30~40대 2명과 함께 들어와 술을 마시고 난 뒤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를 한 차례 가졌다”며 “헤어질 무렵 팁 3만원을 받았고, 나중에 업주로부터 화대 등으로 21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간부가 혐의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조만간 다시 소환, 여종업원과 대질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여종업원 8명이 주장한 업주의 윤락강요와 성구매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실제 성관계 여부도 조사키로 했다.
■ 성매매 감시 강화된다 =오는 9월 23일부터는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다. 윤락을 강요한 업주들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6월 3일 경찰청은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성매매’근절을 위한 법적 조치가 구체화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법의 현장을 감시하는 직무를 행해야 한다. 그런데 불법으로 규정된 성매매에 경찰고위간부가 개입돼있다는 것은 ‘국민경찰’의 기본정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하겠다.
여하튼 이번 사건을 공개한 한올지기는 “업주처벌, 관계기관에 대한 철저한 조사, 성구매자처벌이 엄중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있다.
((광주=권경안기자 gakw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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