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저자 ‘봄날’ 초청 북콘서트  ‘나는 왜 말하는가’ - 20191128 그날의 스케치

2019년 11월 28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저자 '봄날' 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 "나는 왜 말하는가"를 진행했습니다. 

개인이 이걸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게 뜨겁게 견디고 이겨낸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한 ‘봄날’과 90여명에 가까운 청중들이 함께 하며 저자사인회로 마무리된 순간까지 눈물과 한숨섞인 분노, 감탄과 열렬한 감동을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느낀 모든 걸 몇 마디로 다 전할 수 없기에 그날 나눈 이야기들의 몇몇 자락이나마 간략히 정리합니다.

제목은 원고에서 왔어요.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인 풍경이 책 안에 등장해요. 저한테는 굉장히 오랫동안 그 이미지가 남아있어요.  성매매는 한국사회에 어떤 특수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는데, 저자 봄날님이 겪은 건 그 중 하나 이상쯤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 마주하는 경험들이었다. 이러한 우리 모두가 익숙하게 겪었던 그 이야기가 결국 어떻게 성매매로 유입되는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있다. 표지의 이미지들은 책을 읽고 난 뒤에 다시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들이다. 봄날이 힘을 받았던 순간들, 그리고 자신만의 방, 그 이야기들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책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출간 되기까지 3년 동안 글을 읽었는데도 글을 마무리를 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감회가 들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이 이야기 안에는 부당함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는 저자의 힘이 느껴진다.(출판사 반디 편집자 최예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의 북콘써트를 준비하면서 영광스럽게도 사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냥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들이라고 듣기만 했다면 마냥 무겁고 우울했을 이야기들을 사회적 맥락과 어우러져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닌 동시대 어느 누구라도 경험했을 것같은 이야기를 저자가 끝까지 담담하게 풀어가기 때문에 단숨에 힘들지 않게 읽혀졌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활동을 하는 저자 봄날을 많이 만나고 보아왔다. 책을 쓰고 있다고 했을 때 이미 토크콘서트에서 그녀의 경험들을 들어왔었기에 책을 읽더라도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으로 읽는 건 완전 다른 경험이었다. 성매매 유입 전, 18세까지와 그 이후 20년간 이어전 성매매, 그리고 탈성매매 이후 반성매매활동가로 살아온 저자 ‘봄날’의 삶은 현재의 미투운동에서 드러난 뿌리깊은 젠더폭력과 디지털성범죄 등이 일어나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개인의 시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젠더폭력 연결선으로서 ‘성매매’가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북콘서트 진행자, 대구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자신의 이야기라 해도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책을 쓰면서도 많이 마음이 쓰였을 것같다. 누가 가장 생각이 났는지?)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내가 경험한 성매매이야기를 하면 ‘쌍팔년도 이야기’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여전히 살아있는 지금의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내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경험들은 현재의 내게 계속 영향을 끼치고, 다른 여성들에게도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을 써야했다. 책을 쓰기로 결심한 다음에는 성매매를 경험한 20년 동안의 이야기기만 하려 했었다. 그것만 해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성매매안에 있었던 그 시간들을 있게 했던 그 이전까지의 삶도, 또 지금의 나를 어떻게 살게 했는지를 말해야만 했다. 그 전까지의 내 경험들은 말하고 나서 많은 위로가 되었던 동생에게 책을 발간한다는 이야기를 아직 하지 못 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저자 ‘봄날’) 

(일하며 많은 여성들을 만나왔고, 그들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하고, 수없이 떠나보내며 지나왔다. 그렇게 만났던 여성들 중에서 기억에 남은 이가 있다면?)이전에 함께 일했던 여성을 옮겨간 업소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둘이 소주를 마시며 서로 이런 저런 푸념을 하며 서로 욕을 하며 풀었었다. 그리고 나서 오래지않아 그 친구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그 친구의 업주는 차를 바꾸었다고 자랑하고 동네 사람들이 차를 구경하려 몰려왔다. 누구는 바로 그 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만큼 괴로웠는데, 바로 그 일을 시키고 돈을 벌고, 친구의 죽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자랑만 하는 업주를 보니.....그 친구가 찾아 왔을때 더 따뜻하게 대하지 않아서, 더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해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그 친구가 보고 싶다, 꿈에서라도....생을 마감한 친구들이 안타깝고, 내가 업소를 나온 이후에도 해마다 여수, 남해, 포항, 지역별로 죽음이 이어졌다. 그럴때마다 언니들을 그 곳에 두고 나 혼자만 나온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없는데, 그 고통 속에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용기같아서 더 많이 아프고 슬프다.(저자 ‘봄날’) 

(대구 자갈마당이 철거되었다. 저자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반성매매활동가로 당사자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철거되기 전에도, 철거가 결정된 후에도 이 곳을 걷기 위해 다녀갔었다. 그 감회, 소감이 다를것같은데?)대구는 의미 있는 도시이다. 자갈마당도 있었지만 여성인권센터를 처음 알았던 곳이었다. 상담을 하고 최초로 지원을 받았었다. 자갈마당은 그저 둘러보기에도 마음이 아팠다. 그때 기억에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그 아픔 그대로  글 속에서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있었던 당시에는 한 두사람 지나갈 정도로 작은 골목이었는데 다시 왔을 때는 더 견고하고 정비된 길로 바뀌어 있었다. 성매매집결지로 계속 영업을 하면서 자동차가 지나갈만큼 길을 넓히고 그런 것이다. 하지만 건물 안, 업소 내부는 그대로였다. 수많은 방들과 미로같은 통로, 겉은 그렇게 화려한데, 내부는 그 때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자갈마당을 걸을 때는 담담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많이 울었다. 이렇게 집결지가 없어진다고 그 고통이 사라지는가, 그 여성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가, 그녀들의 삶을 기억하는 공간 하나도 없이 이렇게 사라지는건가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았다. 진상손님을 만나지 않는게 소망이었던 나는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견디며 살았던 여성들의 삶은 사라지고, 업주들이 서로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자리만 남았다. 그 여성들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같이 기억해 주면 좋겠다. 집결지 패쇄 후에 그 공간에  여성의 삶들까지 잊어버리지 말고, 많은 여성들의 피눈물이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저자 ‘봄날’)

김빛옥민님의 따뜻하게 가슴두드리는 노래가 있었고, 낭독으로 봄날의 이야기를 전해준 이들, 성매매경험당사자 뭉치 회원들, 응원소감으로 힘을 준 청중들이 겨울밤 90분을 저자 ‘봄날’과 함께 했습니다. 당일 현장에서 판매된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은 완판되었습니다. 당일 책을 구매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북콘서트는 끝났지만 ‘봄날’의 책은 ‘알라딘‘YES24’‘교보문고’ 등 인터넷서점과 온라인서점에 신간으로 입고되어 있으니 책으로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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