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질 때 붉은 노을 위에 아주 맑은 날 1초 정도 잠깐 반짝이는 녹색광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진한 소망의 색깔이라고 말하던 ‘녹색광선’이 떠올랐다, 정문성 작가의 <one’s eyes #0, #2-선미촌>이라는 작품 속에서. 선미촌 업소, 무수한 방들을 잇는 좁다란 통로를... 따라 무수한 녹색광선이 가로지르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우울을 불러일으키는 푸른빛이 교차한다. ‘자본의 욕망이 여성의 몸을 관통하는’ 걸 형상화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지 않아도 직선의 빛에 몸을 베이는 것같았다. 그건 아마도 선미촌, 업소, 눈에 보이지 않으나 머물러 있던 한숨과 눈물 같은 것들이 접신하는 것같은 내안의 감정들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선미촌 Re-born 리본프로젝트>를 보았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선미촌에 있는 여성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입니다. 20센티가 넘는 고단한 신발 위에서 버텨낸 시간 아래로 내려와 쉴 수 있는 것입니다. 유리문을 경계로 너무나 서로 다른 일상이 거듭되는 것을 중단하고 서론 연결되는 것입니다.” 성매매집결지의 기록은 여성들의 삶을 증거하는 것이고, 그 증거는 장소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기록되어진 삶에서 창조된 예술가들의 작업은 활동가들의 그것과는 다른 문법으로 때로 조심스러운 눈물로 때론 극심한 고통으로 사람들을 그 장소로 데려간다. 기꺼이 느끼고 기꺼이 그 안에 들어가면, 왜 그게 또 그리 위안이 되고 해방감을 주는지......생존의 바닥이 우리를 안아주는건가. 아니면 진실의 추구가 우리를 놓아주는건가.
선미촌 입구 “나는 여기가 공원이나 생겼으면 좋겠어. 지금은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 의자이지만 그때에는 친구와 산책하다 잠시 쉬는 의자면 좋겠어.”라는 성매매집결지를 살아낸 여성의 바램이 새겨져 있다. <선미촌 Re-born 리본프로젝트>는 그녀의 바램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들을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