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선미촌, 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 광주 대인동, 그리고 서울 미아리텍사스까지 둑이 터져버린 것처럼 잠겨있던 오래된 목소리들이 흘러넘치고 있다. <2017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기획전시-다시보다> 전시장에서 세상을 두드리는 그 목소리들은 토할 듯 토해지지 않던 속울음을 조금은 ...게워낸 듯하다. 성북구 동선동 고가도로 밑 전시장엔 모기들이 텃세를 부리고 고가를 지지하는 기둥벽면들이 작품보다 먼저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그 맹렬한 존재감이 미아리텍사스를 통해 흘러나온 목소리들과 공명하여 만드는 분위기는 지상 어디에도 없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미아리집결지 불탄 업소 방안의 겹겹이 덧입혀진 벽지를 벗겨낸 김도희 작가의 치우고 또 치우고, 닦고 또 닦은 ‘하월곡 88’은 머물고 또 머물며 삶을 이어간 쉽게 만나지지 않는 여성들의 삶을 끈질기게 불러낸다. 쓸고 닦으며 느꼈을 어떤 것들이 작업하는 작가의 등허리에서 쉴새 없이 검은 땀방울처럼 흘러내려서 아주 오래오래 나는 김도희 작가에 빙의되어 서있었다.
“어두운 몸 안의 말들이 바깥으로 나왔을 때, 그 말들이 몸이 되어 한 걸음 한걸음 내딛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는 허나영 작가의 작품은 그 말들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성매매집결지가 우리에게 무언지를 한숨처럼 뱉어낸 그 집결지를 살아낸 여성들 말이 장막으로 막아서는 작품을 휘적휘적 통과하며 나는 또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모든 성매매집결지마다 반복해서 들었던, 그러나 늘 다른 숨결의 그 목소리들이 그토록 먹먹한 말들을 뱉어냈던 수많은 세월을, 시간을 어떻게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걸까, 모르는척 해왔던걸까, 아니 없는척 하며 살아냈던걸까. 그 세월은 우리 자신을 지우고 산 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끝없는 우울과 절망을 주었던 그 시간의 업보를 이제라도 끄집어내고 닦아내는 작업들이 봇물처럼 이루어지는 현장,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3가 22-6 ‘미인도’. <다시보다>전시가 26일까지 열린다. 아쉽다. 전국의 모든 성매매집결지의 서사가 ‘1909자갈마당-기억공간’으로 수렴되고 확장되는 상상을 해본다. 화장실도 없고 모기도 열일하는 전시장에서 <다시보다>를 준비한 활동가, 작가들의 고행 끝에 나온 전시를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