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으로 보는 공간적 윤리, 기억을 넘어 기록으로

 한 번도 성매매가 합법인 적이 없었던 한국, 110년 이상 변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유지되어 왔던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지금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 공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번 활동가 교육을 통해 공간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건축 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방의 크기, 언제 무너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건물 안에서 여성들은 어떤 위치로 존재해 왔을지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져 가슴이 먹먹했다. 내부 크기와 탈출구의 위치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은 구조 안에 1평 남짓한 여성이 머무르는 곳에서 여성드이 느꼈을 무기력함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공간과 구조 자체가 여성을 배제하고,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강사의 말이 조금도 지나친 비약이나 과장으로 들리지 않았고, 사람이 사람을 착취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지능적인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이번 교육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느낀 것은 여성의 상황과 피해에 대한 설명이 없이도 성매매집결지 공간 분석을 통해 성매매의 본질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이다. 공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만들어지고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한국사회에 남아있는 성매매집결지의 폐쇄 과정에서도 내부 건축 공간에 대한 세부적 분석을 통해 성매매집결지 안에 있었던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활지원센터 활동가 평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