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보호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상한 쪽으로 번지고 있다. 국감장에서 성매매를 남성의 성욕구 분출 창구로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성매매 산업의 근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여성계는 이에 대해 여성의 성상품화를 막고 성매매 피해여성을 구제하려는 취지를 무시한 채 엉뚱한 논리로 관련법을 무산시키려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지난 11일 경북지방경찰청 국감현장에서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18세부터 30세까지의 결혼 적령기 성인 남성들은 무려 12년 동안이나 성 욕구를 풀 길이 없어졌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또 옆자리의 김기춘 의원은 경찰의 무리한 단속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논평을 내고 “법의 올바른 집행을 책임지고 감시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여성계는 김충환 의원과 함께 16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자신의 손으로 관련법을 심의해 본회의에 상정했던 김기춘 의원에 대해 의원으로서의 자질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실제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에관한법’은 출석의원 174명 전원 찬성으로,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출석의원 172명 가운데 171명 찬성, 1명 기권으로 통과된 법률이었다.
이 두 관련법의 시행을 경제 논리로 막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12일 한 투자증권사는 성매매산업이 국내총생산 4.1%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성산업의 위축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제주도 유흥지역 관광업계 관련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주도의 관광경쟁력은 성매매를 통해 유지되었다는 것”이라며 성매매방지법의 조속한 정착과 강력한 시행을 촉구했다.
논란 가운데 여성부는 13일 성매매 척결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정부는 성매매 문제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성매매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지 장관은 “제주도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거나 은행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아이티 강국과 개혁의 성공이라는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성매매가 만연한 나라라는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는 더 큰 손실”이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성매매 관련법의 엄정한 집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 장관은 “앞으로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의 실무점검 업무를 여성부에서 총리실로 이관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범 정부 차원에서 더욱 강도높게 펼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