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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수) 18:19 오마이뉴스
지은희 장관 "성매매 근절은 업주와의 전쟁"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자]
"(국장) 직을 거세요."
'성매매알선등처벌법' 및 '성매매피해자보호법' 추진과 관련해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이 지은희 장관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만큼 여성부가 새 법의 제정과 시행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나타내는 일화다.
'성매매알선등처벌법' 및 '성매매피해자보호법' 등 성매매 특별법 시행 21일째. 주무 부서인 여성부의 지은희 장관이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 장관은 특히 이 법의 홍보를 위해 국정감사 이후 주요 기업을 찾아다니며 홍보실 '순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공연하게 '2차'가 이뤄지는 기업의 음주접대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는 성매매 근절은 어렵다는 점을 뜻하는 말이다.
그간의 새 법 시행 평가에 대해서는 "정부의 엄격한 집행 의지를 강하게 내보인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탈성매매 여성 수요에 따라 추가예산 확보가능"
지 장관은 지난 달 23일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지 21일만인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향후 총리실에서도 새 법에 대한 의지를 갖고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책이 부실하지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있었던 국정현안정책 조정회의에서 피해여성의 보호와 지원에 관한 추가 예산 지원을 확약 받았다"며 "현재로서도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다량으로 (탈성매매 여성이) 나오는 경우에 대한 예산도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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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의원, 평소 고마웠는데..."
지 장관, 우회적으로 유감 표시
지은희 장관은 최근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관련해 김충환·김기춘 의원이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속내를 드러내며 우회적인 유감을 표시했다.
지 장관은 "이 시점에서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보호법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했던 법인지 말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 장관은 "당시 성매매처벌법의 경우, 투표에 참석한 의원 174명이 모두 찬성했고, 성매매보호법도 결원 2명과 기권 1명을 빼면 투표에 참여한 171명 전원이 찬성해 통과가 됐다"며 "이 법이 16대 국회의 전원 찬성에 가까운 의지로 만들어진 법임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 장관은 지난 11일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이 성매매 특별법과 관련한 경찰 단속을 나무라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 "특히 김기춘 의원은 16대 국회 때 법사위원장으로서 두 법의 통과에 기여를 해 고맙게 생각했던 분인데…"라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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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법의 시행은 곧 '업주와의 전쟁'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지 장관은 "성매매는 성을 사고 파는 사람 간의 2자 구도가 아닌 성을 매개로 이익을 챙기고 성매매를 강요, 알선하는 업자가 있는 3자 구도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성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업주와 알선업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이느냐가 이 법의 제1목표"라고 말했다.
지 장관은 최근 서울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와 인천 숭의동의 '옐로 하우스' 등 지역 성매매업소 밀집 지역의 반발과 시위에 대해서는 "미아리와 옐로 하우스의 경우에는 이미 새 법 시행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 폐쇄 결정이 내려져 집행되고 있던 중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맞물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 장관은 "현재 정부와 경찰은 성매매업소 밀집지역 뿐만 아니라 전체 성매매업소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집창촌의 영업장 폐쇄는 2005년 관련 법을 정비해 이듬해인 2006년에 시범 폐쇄에 들어가고 본격적인 폐쇄는 2007년부터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발 예상했다...성매매 근절 장기적 시각으로 추진해야"
지 장관은 "2002년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업 성매매 종사자가 최소한 33만명, 업소는 8만여곳, 성매매 시장에서 유통되는 돈은 약 24조원에 이른다"며 "성매매와의 전쟁이란 바로 이 24조원이 오가는 시장에 대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새 법의 실효와 관련해서 지 장관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달라고 주문했다. 지 장관은 "성매매 근절은 몇 개월이 아닌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인 시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참여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현재 성매매의 3분의 1이라도 줄이고 그 다음 정부가 또 줄이고 해서 길게 가야 하는 일이지 몇 개월만에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 장관은 "당분간은 단속에 대한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의 경우 스웨덴의 사례만 봐도 정부의 단속 이후 1∼2년간은 반대가 심했다"며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면서 본래 목표를 달성할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 장관은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받고 있는 오명 중 하나는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시발점이자 종착국이라는 평가"라며 "이른바 '섹스 관광'으로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부끄러운일이자 극복해야할 인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 장관은 정부 단속에 항의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는 성매매 업주와 성매매업 종사 여성의 시위 등에 대해서는 미소를 지으며 "여성부가 생긴 이래 이렇게 두들겨 맞고 관심을 받은 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해 직접적인 발언을 피했다. 하지만 지 장관은 "새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급박하게 법 시행을 한다는 불만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새 법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단속 의지는 아주 확고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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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업, 장기적 단속으로 구조조정 해나가야"
여성부 성매매 특별법 실무자 정봉협 국장 "협박 전화도 받았다"
"니가 우리 애들(업소 여성) 다 책임 질 거야?"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이 최근 받은 '협박 전화'다. 남성인 정 국장은 성매매 특별법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여성부에서 실무를 맡고 있다. 새 법 시행 첫날인 지난 달 23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경찰들과 함께 장안동 안마시술소 거리 단속에도 나섰다.
최근에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정 국장은 "성매매업 관계자인 듯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니가 애들(업소 여성들) 다 책임 질 수 있느냐'며 험한 말들을 쏟아 내더라"며 웃었다.
정 국장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 결코 단시간 안에 눈에 띄는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국장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흔히 한달에 200∼300만원씩 번다고 말하지만 실제 손에 쥐어지는 돈은 '주사 이모'에게 맞는 (항생제) 주사비, 헤어 스타일을 바꾸지 않아면 벌금을 물어야 하니 미용비, 그 뿐만 아니라 옷, 화장품, 업소에 필요한 물품에 벌금 등의 쓰임새를 빼고 계산해야 한다"며 "이는 성매매 업소가 단순히 업소 하나가 아닌 관련 업종과 일종의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국장은 "성매매는 이미 업소 뿐만 아니라 관련 업자들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 성산업"이라며 "장기적인 단속으로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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