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차수를 더해 가면 여성들이 그만 귀가해주기를 바라고, 접대를 하는 자리에는 절대 끼워주지 않더라는 얘기, 여성들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6년이 되어가는 데도 우리 사회 성매매 접대 관행은 여전하다. 단속도 특별단속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 동안 보여주기 식으로 반짝 진행할 뿐 달라지는 것이 없다.
성매매 근절에 대한 검경의 의지 부족이 원인이다. 법 제정 이후 당국이 일관되게 단속과 처벌을 강화했더라면 지금쯤 성 인식도 상당히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희락 경찰청장조차도 성매매 단속 관련해‘재수 없으면 걸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술에 거나하게 취해 자신도‘공보관시절 기자들에게 모텔방 열쇠를 많이 나눠주었다’고 성매매 알선을 장렬히 고백한 바 있다. 이게 대한민국 지도층의 성에 대한 적나라한 인식이다.
이제는 또 검찰이다. 'PD수첩'에서 적나라하게 거명된 박기준 부산지방검찰청장을 비롯해 57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성매매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가 제보한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검사들이 자신을 ‘장모’라고 부른다는 룸살롱 주인의 얘기는 황당함을 넘어 헛웃음을 자아낸다.
그 많은 고발이 있었음에도 성매매 관련 사건이 은폐되고 축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손으로 자기의 죄를 단죄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밤에는 성매매를 하고 낮에는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실히 노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국민들이 바라는 높은 도덕성을 지키기는커녕 실정법조차도 지키지 않는 우리의 검사들. 그들이 왕으로 군림하며 의례히 접대를 받고 얻어먹고 다니는 것을 당연시하는 그 모습들이 너무 분노스럽다.
우리 사회 가난한 이들의 티끌 같은 범죄는 가차 없이 법의 칼날로 단죄하면서도 자신의 태산 같은 범죄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불법 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관행적 술자리는 계속되고 있고 어느 곳에나 스폰서가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국민들의 터질듯 한 분노 때문에 다급하게 꾸려진 진상조사위원회의 성낙인 위원장 왈,
“검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매도하지 말라”
국민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분이 과연 진상규명을 해 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관행을 핑계 댈 것이 아니라 관행을 앞서서 깨야 할 사람들이 바로 검찰이며 그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진상규명 차원에서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다. 검사들의 성매매 행위는 엄연히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더 나아가 이들 검사들은 자신의 높은 지위와 정보를 이용한 증거인멸이나 국외 탈출 등 도주우려 또한 있으므로 구속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만 천하에 드러난 이상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성매매방지법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강경란 전국여성연대 사무국장ⓒ 강경란
故 장자연씨가 성 접대 강요로 인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는데도 그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진상조사니 뭐니 하며 시간을 보내다 검사에 대한 처벌도 흐지부지 될 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뿌리 깊은 권력사슬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여성들이여, 이번엔 진짜 그냥 넘어가지 말자. 성매매 검사들 기필코 파면시키고 관행의 쓴 맛을 꼭 보여주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