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7] 실태조사 보고토론회
 글쓴이 : 인권센터 (14-01-15 11:13 / hit : 3,499)
 



대구에 커피숍보다 많은 성매매업소 왜~요?

 

대구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분식집은 4만여개, 유흥주점은 3만여개로 경제침체로 모든 자영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흥주점만 나홀로 늘어났다고 한다. 골목상권의 대표적 주자이자, 24시간 근무와 치열한 영역다툼으로 살아남기 힘든 열악한 영업환경을 빗댄 서민들의 자영업으로 “김밥지옥”이라고까지 불리운 동네마다 몇 개씩 있다는 김밥분식집에 필적하는 유흥주점의 숫자는 성매매여성의 현장지원활동을 하는 내게는 엄청난 의미의 수치였다.


그리고 궁금했다. 내가 있는 지역의 유흥주점을 포함한 성매매업소의 숫자는 얼마나 되고, 그 수치는 과연 우리 주변의 어떤 업종과 비교 가능할까. 그 궁금증이 낳은 2013년 대구지역 성매매업소 실태조사 자료집의 제목이 “커피숍보다 많은 성매매업소 왜~~요?”이다. 물론 이것은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젊은층에 대한 비아냥을 마다않는 보수적 기성세대들이 있고 커피숍들이 즐비한 대도시인 대구이기에 가능한 비교대상이다. 대도시 이외 지역은 ‘차’를 마신다는 다방마저도 ‘티켓영업’을 하는 성매매업소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읍내 비좁은 소방도로를 따라 다방만 10여 곳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언제쯤 우리는 마사지업소에서 마사지를, 다방에서 차를, 노래방에서 노래를 맘편히 즐길 수 있게 될까. 남성들이 찾는 서비스업종의 ‘성매매화’는 2002년 대구지역 성매매업소 실태조사를 하며 이미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이전 이미 우리는 호텔의 남성전용 터키탕이 ‘터키’라는 나라에서 자국이미지에 불명예스러운 명칭에 대한 변경을 요구(이후 ‘증기탕’으로 바뀌었다)할 만큼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고, 남성전용 이발소의 퇴폐영업이 지금의 대딸방의 효시였음도 알고 있었다. 안마시술소가 ‘안마’가 아닌 ‘성매매’를 하는 곳이라는 사실은 상식중의 ‘상식’으로 통했다. 심지어 골프장의 ‘캐디’가 무슨 일을 요구받는지에 대해서라면 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 나의 20대시절 80년대의 풍경이다.


이미 나는 자연스레 이런 ‘상식’들을 어린시절부터 익혀왔었다. 다만 인지하지 못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여겨져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군산의 성매매업소 화재참사로 여성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성매매방지법제정운동을 하면서, 현장의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실태조사를 하면서 급작스런 혁명처럼 내 인식을 뒤바꾸어 놓았다. ‘성매매실태’는 발명된 게 아니라 드러내서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없었던 일이 아니라 있어왔던 일을 직면하게 된 거다. 그것을 유희로 보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일들을 그것을 폭력이라 인식하는 이들에 의해 낯설게 보게 된 거다. 


그 낯설지만 오래된 ‘성매매’의 현장들을 ‘조사’라는 목적의식으로 2002년에 이어 2013년 다시 돌아보며 익숙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모습들을 기록했다. 새롭게 개발되는 도시의 외곽을 따라 중심 상업지에 생활편의시설들과 뒤섞여 자리잡은 유흥업소들을 보며 내가 어릴때 그렇게 습득했던 것처럼 지금의 세대도 너무나 익숙하게 이런 모습을 받아들일 것을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외국인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나간 현장조사에서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인식으로 함께 ‘성매매’문제를 나누며 세계적 연대의 작은 시작이라는 기대에 들뜨기도 했다. 또 다른 현장이 된 ‘인터넷’ 조사를 맡은 활동가들은 구매자들에게 공유되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하와 직접 찍은 사진들의 행태를 목격하며 피폐해지는 자신들의 정서에 매순간 치유가 필요하다고 외치곤 했다.


성매매업소의 현장조사와 함께 대구지역 성매매업소를 경험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그들이 직접 증언하는 성매매의 현실은 사건을 긴박하게 진행하며 들었던 것과는 또 다른 질감의 이야기였다. 삶을 위해 그들이 겪었던 ‘일’이지만 ‘일’일수 없었던 성매매에 대한 당사자의 해석들이 우리의 책을 통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2013년 대구지역성매매업소 실태조사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성매매여성 법률지원 내용을 분석한 우리의 ‘시간’과 ‘열정’이 400쪽 분량에 담겨졌다. 성매매현장을 누비는 많은 활동가들과 현장의 어려움을 나누고, ‘성매매’문제에 대한 인식확장에 작은 보탬이 될 것을 믿기에  못다 한 말들에 대한 아쉬움을 접는다.


* 이 글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웹소식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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