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_ 베티 리어든 지음

진진

11월 북클럽 ‘루바토’의 책으로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를 읽었다. 제목을 보면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어서 많은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를 엮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전쟁 체제, 안보, 군사주의, 군사화 같은 용어를 어디서 접할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책에는 이런 용어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 것 같다. 내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저 위의 권력자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군사주의의 뿌리에는 당연히 성차별주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군사주의, 전쟁, 평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군사주의와 성차별주의의 상호 관계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1985년에 출간된 책이니 지금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성차별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 생각하면 변화가 더딜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전쟁에 깃들어 있는 성차별적 측면을 조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정서적 뿌리를 타인에 대한 원시적 두려움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그 두려움이 여성혐오로 작동하고, 군사주의의 뿌리에는 여성혐오가 있다는 것.

또한 남성우월주의와 성차별주의가 동의어라기보다 서로 결이 다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남성우월주의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여러 현상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반면에 성차별주의는 우리의 문화와 일상에 너무 뿌리 깊이 박혀있어서 그것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들었다. 미처 가닿지 못했던 영역을 탐험한 것 같아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너무 큰 벽을 마주한 것 같아서 느껴지는 슬픔. 성차별주의는 ‘명확히 눈에 보이는 측면보다 한층 복잡하고 깊은 곳에까지 뿌리내리고 있다.’